매일신문

[주목 이책!] 남자의 취미

남자의 취미/ 남우선 지음/ 페퍼민트 펴냄

지금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시대에 남자라는 성(性)은 열등한 존재의 대명사이자 멸시와 타도의 대상일까? 방송 매체에서 남자들을 군대에 보내고 아이들과 캠핑도 보내며, 합창단에도 보내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끝없이 내몰고 있는 것도 이 시대 남자의 자아 찾기가 절박하다는 신호다.

이 책은 취미로 존재를 확인하고 삶을 긍정하며 인생과 당당히 맞짱 뜨는 아홉 명의 사내를 소개한다. 재미로 매개되는 새로운 존재확인의 방식이다. 현재의 결핍은 누군가에게는 할 수 없는 핑계고 누군가에게는 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오디오병에 걸린 김갑수, 구두가 생의 의미인 김보한,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배우 최민수, 수염을 기르는 정호성(Andy Jung),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의사 박건욱, 캠핑을 즐기는 한형석, 요트 타는 김수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정세용, 프리다이버 김효민 등이 주인공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홉 명의 사내들은 철저히 취미에 중독된 환자들이다. 취미 때문에 연봉이 반토막 나는 직장으로 바꾸고, 사랑하는 연인과도 이별을 하고, 최고의 배우지만 늘 손에 까맣게 때가 끼는 것을 감수하고, 때로는 죽음을 무릅쓰기도 한다. 저자 남우선은 "불안한 사내들의 삶이 어떻게 새롭게 구성되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즐겁고 행복하기만한 취미는 없다. 취미가 주는 불편을 감수하고 고통을 이겨내면서 인생의 크고 작은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내공을 기르는 것이다. 그들은 행복을 믿지 않는다. 실체도 없는 행복에 매달리지 않고 거친 바다로 뛰어 들고, 무한한 하늘로 치솟는다.

저자 남우선 역시 그들 못지않은 환자다. 사진과 스쿠버다이빙, 음악과 오디오, MTB, 바리스타 등 다양한 취미를 꽤 전문적으로 즐기고 있는 '꾼'이다. 처음보는 낯선 취미조차 이 책을 읽고 나면 친근감과 함께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불끈 솟는 것도 그가 '동료환자'의 시각에서 접근했기 때문일 것이다. 376쪽, 1만8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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