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대학에 들어오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입니다. 어느 강연을 가든지,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든지 끝내는 이 문구 하나로 귀결됩니다. '네가 원하는 것을 찾아라.'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에,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속 시원한 해답을 얻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결국 '나'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맙니다.
반항심이 생겼습니다. 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란 말에 묘한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그것이 더 행복을 가져오기 때문에? 그것이 더 일을 잘할 수 있게 하니까? 그럴 것 같습니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자신의 몸을 바쳐 다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미칠 정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 그런 모습을 흔히들 예술가에게서 떠올립니다. 사회는 우리가 모두 예술가가 되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즘은 단순한 전문가를 넘어서, 그 분야에 대한 예술가, 소위 '아티스트'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단지 지식을 달달 외워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철학으로 어떤 일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세간에 난무하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는 말에는 과연 하고 싶은 일에 아티스트가 되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거기에는 어떤 사회의 욕구와 강요가 느껴집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열정적이고, 어떤 일이든 헌신적으로 해야 한다는 은밀한 압박 말입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행복한 사람은 영화 'Wall-E'에 나오는 우주선의 뚱뚱한 사람들이 아닐 겁니다. 이른바 '진정한 행복'을 성취한 사람은, 흠뻑 땀 흘리는 젊은 사람의 얼굴이거나, 늘그막에 자신의 치열했던 삶을 돌아보며 웃음 짓는 그런 노인의 얼굴일 겁니다. 그래서 쓸데없는 사람이 되지 않고, 단순히 잉여인간으로 남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라는 정언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청소같이 궂은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만 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사람은 패배자가 되어 버립니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결국 정하지 못하고, 추구하지 못하고, 이루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그렇다고 '언제나' 행복할 수 있는 걸까요.
전 차라리, '도망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하고 싶은 일'을 '도망치는 핑계'로 많이 쓰는 것을 목격합니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은 결국 남과 비교하여 얻은 욕망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젊은이에게, 그렇게 생긴 '욕망'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많은 사람이 필요와 의무, 인생의 어떤 환경 그 중간 지점에서 도망칩니다. 불편한 진실과 자신의 솔직한 모습 앞에서 도망칩니다. 눈을 가리고,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구하려 합니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깨달음이 올지 모릅니다. '하고 싶은 일'이 주는 역경에서 '도망치지' 않아 끝내 이룩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행복과 개인의 욕망으로 단순화해 버리기엔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너무 다양하고 또한 깊지 않은가요.
여섯 남매를 키우기 위해 다 구부러진 할머니의 몸에서, 전 전혀 그런 것과는 다른 '삶'을 발견합니다. 그 삶은 경외심이 일게 합니다. 다른 어떤 대단한 이들의 말과 생각보다 누군가의 가슴을 뜨겁게 만듭니다. 할머니를 통해서 비로소 가슴으로 삶에 대한 겸허함, 인간성에 대해서 느낍니다. '하고 싶은 일'만을 바라보는 삶은 결국 이런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대구경북 대학생문화잡지 '모디' 편집장 smile5_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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