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9월 29일 새벽, 65세의 교황 요한 바오로 1세가 침대 머리에 기대앉은 채 선종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바티칸 당국은 재위 기간이 33일로 역대 교황 중 두 번째로 짧았던 그의 선종에 대해 전날 밤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 마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선종 전날 요한 바오로 1세가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흉부 통증을 호소하면서 수녀에게 평소 복용하던 알약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이 근거로 제시됐다. 요한 바오로 1세 역시 생전에 측근에게 자신의 건강이 너무 나빠 직무를 오래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른 죽음을 예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칸 당국의 발표에도 그의 갑작스러운 선종은 여러 의문을 낳았다. 영화 '대부 3'은 그의 독살설을 묘사했다. 마피아 대부 마이클 콜레오네가 검은 사업체를 합법적인 사업체로 바꾸려고 바티칸에 접근하자 이를 방해하는 바티칸 내부 세력과 다른 마피아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신임 교황이 한 달 만에 독살당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이 영화는 1970, 80년대 바티칸은행의 금융 비리를 모티브로 만들어져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실제 모델이었던 뉴욕의 감비노 조직이 바티칸은행의 도움으로 마약 자금을 세탁한 범죄가 드러났고 사건 관련자들이 잇따라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교황청의 부패를 걷어내려고 바티칸은행 개혁을 주도하면서 마피아의 표적이 됐다고 한 이탈리아 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마피아 조직과 싸우는 니콜라 그라테리 검사는 "마피아 두목들이 교황을 곤경에 빠뜨리는 방법을 찾으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가난한 교회'가 될 것을 강조하면서 지난 8월 교서를 발표해 돈세탁과 테러 자금 거래를 막을 '금융안전위원회'를 설치한 것이 마피아에게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티칸은행은 1942년 로마가톨릭교회의 재산을 관리하려고 설립된 후 1990년대에는 해외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큰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돈세탁 등 부패가 끊이지 않았으며 지난해 교황 베네딕토 16세 재직 당시 교황청의 부패에 대한 개혁과 이에 대한 저항 등의 내용을 담은 내부 비밀문서가 유출돼 파문을 낳기도 했다. 청렴하고 강직하다고 평가받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마피아라는 걸림돌을 넘어 교회 개혁을 이뤄내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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