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전쟁/ 전영수 지음/ 이인시각 펴냄
'세대 간 불균형'이 이 책의 소재다. 그 구조적 문제점을 그 성격에 따라 자산 격차, 데뷔 격차, 미래 격차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자산 격차는 표면적인 세대배분이 가장 극단적인 일자리, 부동산(내 집), 재테크, 연금 부문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데뷔 격차는 기득 세력이 기획'편성해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을 한층 심화시킨 대물림, 정치, 사회병리, 연애'결혼 문제에서 생긴다. 미래 격차는 기성세대가 무난히 올라탄 졸업→취업→연애→결혼→출산→승진의 행복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면서 나타난다.
정년 연장이라는 사안으로 불안한 아버지와 위태로운 아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결국 부모와 자녀의 골은 더 깊어진다. 아버지는 당장 그만두지 않아도 되니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금리가 두 자릿수로 뛰던 성장 시대를 보냈지만, 지금껏 자녀를 뒷바라지하느라 깡통 신세나 다름없는 데나 빈약한 복지 안전망 탓에 제대로 된 공적 지원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자녀 용돈에 기대 노후 생활을 보낼 것을 생각하면 자꾸만 마음이 불안해진다.
하지만 아들은 정년 연장 때문에 신규 인력 채용이 줄 거라고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부모가 누렸던 취업, 출세, 금전의 기회 등 온갖 사회적 기회를 박탈당했다. 고비용을 지불하고 화려한 스펙을 쌓아도 한층 두터워진 사회 진입 장벽을 뛰어넘긴 어렵다. 당장의 인생도 이렇게 힘든데 미래를 생각하면 암담할 뿐이다.
저성장'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한정된 파이를 두고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밥그릇 쟁탈전이 치열하다. 그런데 세대 갈등을 넘어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는 세대 전쟁은 일자리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다방면에서 펼쳐지는 세대 전쟁의 양상을 최초로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싸움의 양상과 원인을 자세히 들려준다.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아버지와 아들 간 일자리 다툼, 건강한 노인이 많아지는 고령화 시대에 '연금을 더 달라'는 노인과 '더 이상은 없다'는 청년 간 대립, 수적으로 우세한 50대 베이비부머를 위한 정책이 우선시되는 현실, 한숨과 푸념, 갈등과 고통으로 시작하는 대한민국 20대의 집단 우울증, 부모와 자식 간에 심화되는 세대 격차, 소비 여력이 감소했는데도 증가하는 노인 부양비, 청년을 위한 사회보장이 없어지는 현실 등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세대 전쟁의 두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는다. 다만 세대는 물 흐르듯 계속 이어지는 존재라는 생각은 갖고 있다. 기존 세대가 새로 진입하는 신규 세대를 저지한다면 세대 전쟁은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아무것도 없는 세대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가진 기득 세대가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성세대가 움켜쥔 과욕'선점은 청년 세대의 필연적인 저항과 복수를 야기할 뿐이라며 '그놈들'이 아닌 '내 새끼'의 문제로 보고 기성 권익을 내려놓을 때 세대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제안한다.
다른 한편으로 저자는 청년 세대에 부모 세대보다 기회가 줄고 관문이 좁혀졌을 뿐 희망이 닫히고 사라진 건 아니기에 좌절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냉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되 흔들림 없이 희망을 갖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저자가 청년 세대에 전하는 중요한 한마디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다. 실버 민주주의 탓에 청년 세대를 위한 정책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현실을 바꾸려면 자발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들 이야기다. 그것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336쪽. 1만3천원.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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