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강등 전쟁

강대국이 대개 스포츠가 강하듯이 대도시의 스포츠도 대체로 위세를 떨친다. 대도시의 프로 스포츠 구단은 대기업이나 부자 구단주 등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선수들로 팀을 구성할 수 있다. 중소도시보다 경제 규모가 커 웅장하고 뛰어난 시설의 경기장도 지을 수 있다. 인구가 많다 보니 많은 시민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워 성원을 보내니 자연스레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다.

유럽 축구에서 이러한 특징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영국의 수도 런던에는 아스널, 첼시 등이 강호로 군림하고 있고 대도시 맨체스터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리그를 호령한다. 스페인 리그의 양강인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는 1, 2위의 대도시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독일 축구를 대표하는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등도 대도시와 공업 도시의 연고 팀들이다. 이탈리아는 수도 로마에 AS 로마, 대표적 공업 도시 토리노에 유벤투스, 북부의 대도시 밀라노에 AC 밀란과 인테르 밀란 등 명문팀들이 포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 축구는 이 '법칙'이 다소 다르게 적용된다. 대도시이지만, 경제력이 약한 대구의 대구FC는 성적이 부진하고 도시 규모는 대구에 밀리더라도 경제력이 강한 울산의 울산 현대와 수원의 수원 삼성은 성적이 좋다. 대구FC는 2003년 창단 이후 만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변한 대기업이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력 순위에서 바닥권을 헤매는 대구를 상징하는 듯하다. 이에 비해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울산 현대와 수원 삼성은 항상 리그 상위권에 머물러왔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의 대기업을 두면서 1인당 소득이 높은 도시의 자부심이 되고 있다.

대구FC는 승강제가 처음 시행된 지난해에 가까스로 1부 리그에 잔류했으나 올해는 내년 시즌에 2부 리그로 떨어질 위기를 맞고 있다. 30일 경남FC와의 최종전에서 이기고 경쟁 팀인 강원FC가 패하거나 비겨야 2부 리그 우승팀인 상무와 승강 플레이오프 결정전을 벌일 수 있다. 자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강등 전쟁'에 내몰린 판이라 마지막 운명의 한 판에 모든 걸 걸고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짓기를 기다려야 한다. 대구FC가 열악한 재정 형편에 시달려온 점을 돌이켜보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생각도 든다. 대구FC가 힘을 내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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