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 한방울, 의료혁명의 씨앗] <9>다중진단 제품 상용화

포스텍, 닻 올려라 융합기술원 구축

암 환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이로 인한 의료비가 개인 및 국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암을 조기에 발견해 진단'치료할 수 있는 다중진단 기술의 상용화가 절실해졌다.

암 환자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0년 9만8천484명에서 10년 만인 2010년 16만6천32명으로 70%가량 증가했다. 남성은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전립선암 순으로 발생빈도가 높고,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 순으로 발생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특히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은 암 가운데 폐암과 췌장암의 경우 국가 5대 암 검진사업에서 제외돼 이 암의 조기검진을 위한 다중진단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특히 시급하다.

분자족집게(압타머)로 피 속 단백질에서 다수의 생체표지(바이오마커)를 찾아내 질병의 유형과 정도를 진단해낼 수 있는 다중진단 기술은 세계 진단시장에서 미국 소말로직사와 포스텍이 단연 앞서 있다. 다중진단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14%의 고성장세를 나타내는 진단시장 중에서도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다중진단 기술의 상용화는 그만큼 고부가가치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융합기술원 구축 시급

포스텍은 다중진단 시장에서 차별적인 기술 강점과 핵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압타머기술의 아시아 독점권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다중진단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인프라(생명공학연구센터, 나노기술집적센터, 포항가속기연구소,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가 탄탄하다. 특히 포스텍에는 생명공학연구센터 17개 연구팀을 비롯해 바이오, IT 공학 등 3천여 명의 전문인력이 포진해 있다.

다중진단 기술의 완벽한 실현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 같은 기반을 갖춘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국가적인 연구개발사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중진단 기술을 상용화함으로써 국민들이 각종 질환을 초기에 진단해 건강과 생명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바로 기술력과 기반을 가진 포스텍을 중심으로 병원, 기업체 등 다중진단분야 연구 네트워크를 구성해 원천기술을 응용한 융합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다중진단융합기술원'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

◆피 한 방울로 조기진단 실현

다중진단융합기술원은 피 속 단백질에서 특정 질병과 관련된 여러 개의 생체지표(바이오마커)를 찾아내 진단함으로써 질병의 유형을 파악해내는 다중진단의 원천 기술을 확보해 상용화하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바로 환자 또는 질환 의심자에 대해 다중진단 제품을 적용할 수 있는 상용화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분자족집게(압타머)를 활용한 다중진단은 우선 암 의심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여기에 분자족집게를 투입한 뒤 분자족집게에 결합하는 특정 단백질의 여러 표적을 관찰해 진단'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다중진단융합기술원은 ▷다중진단분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융합연구 ▷확보된 원천기술 및 제품의 창조형 글로벌 선도기술로의 개발 ▷다중진단 상용화를 위한 제품 개발 및 기술이전'사업화 등을 수행하게 된다.

유성호 포스텍 대사질환연구센터장은 "다중진단융합기술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 연구인력과 함께 국내외 대학, 연구소, 병원, 관련 기업 등과의 협력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중진단 소재의 합성'분리 ▷바이오마커 발굴 ▷나노'융합 기술 등을 위한 연구장비 ▷실험동물실 ▷분자다양성 특수시설 ▷바이오-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플랫폼 ▷방사광가속기 등과 같은 연구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승기 포스텍 생명과학과 주임교수는 "다중진단융합기술원은 포스텍의 첨단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진단분야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 제품 개발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며 "국내외 첨단 기업들과의 기술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글로벌 체외진단 신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형 다중진단제품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폐암과 췌장암 진단제품 연구개발

포스텍은 다중진단융합기술원이 구축될 경우 폐암과 췌장암의 다중진단제품 개발에 우선 주력할 계획이다.

폐암은 우리나라 단일 질병 사망률 1위로, 5년 생존율이 15%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폐암의 조기진단 방법은 저선량(방사선량이 적은) 컴퓨터단층촬영(CT)이 거의 유일하지만, 진단 성능이 뒤처지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환자의 부담이 적고 진단 성능이 뛰어난 체외진단(피 속 단백질 분석을 통한 다중진단) 제품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 포스텍은 소말로직사와 기술제휴를 통한 분자족집게(압타머) 기술의 아시아 판권 확보를 바탕으로 임상 개발 네트워크 구축, ㈜압타머사이언스를 통한 국내 폐암진단서비스 사업화, SKT와 공동으로 압타머 다중진단제품 글로벌 사업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포스텍은 서구화된 생활습관에 따라 발병률이 높고, 말기에 이르기까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5년 생존율이 5% 미만인 췌장암에 대해서도 폐암과 마찬가지로 다중진단 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포스텍은 폐암 및 췌장암 다중진단제품을 늦어도 2016년까지 내놓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김인후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장은 "폐암의 경우 1970년대 뱉어낸 가래를 통해 검진을 해오다 1990년대 일반 CT, 2000년대부터 저선량 CT로 검진을 하는 등 검진방법이 발전해왔으나, 여전히 초기진단에는 한계를 안고 있다"며 "피 속 단백질을 분석해내는 압타머기술을 활용한 다중진단 방식은 폐암진단에 혁명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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