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년 대구銀맨으로 행복, 홀가분하게 떠납니다" 하춘수 대구은행장 고별 간담회

아내와 봉사하며 인생 2막, 대구시장 출마 생각 없어

21일 퇴임을 앞두고 고별 기자간담회를 가진 하춘수 대구은행장.
21일 퇴임을 앞두고 고별 기자간담회를 가진 하춘수 대구은행장.

"나 찾다가 텃밭에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이달 21일 퇴임하는 하춘수 대구은행장은 12일 출입기자들과 고별 간담회를 갖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하 행장은 김용택 시인의 '봄날' 시구를 인용해 자신의 사임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대구시장 출마설, 외부 압박설 등을 일축했다.

"지난달 17일 임기 1년을 앞두고 용퇴를 발표한 후 청와대 압박설, 시중은행장 취임설 등 말들이 많지만 모두가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다"며 사임이 자신의 의지였음을 강조했다.

하 행장은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그룹 전체의 일관된 경영전략 추진 등을 고려할 때 지주사 회장 및 은행장 임기를 같이하는 것이 맞다. 사임 준비를 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후임자를 선정하는 것이 조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사임발표 후 하루 만에 회장 및 행장 추천위원회를 열어 후보자를 선정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은행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최고경영자(CEO) 선임인데 행장추천위원회가 능력 있는 차기 행장을 추대해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됐다. 후계자를 믿지 못하면 마음 놓고 떠날 수 없지만 내정자는 훌륭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며 차기 행장 내정자에 대해 신임을 과시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대구시장 출마설과 관련, 많은 시간을 할애해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구시장 출마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현실적으로도 여건이 안 됩니다. 퇴임 후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을 뿐입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이 아니다)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봄에 빗대 '봄이 와도 (하춘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 행장은 이달 28일 미국으로 떠나 뉴욕에서 유학 중인 처조카를 만난다. 이는 당초 예정보다 한 달 정도 빠른 출국이다. 정치권에서는 하 행장의 최근 중국방문 이후 대구시장 출마설이 고개를 들었다. 당시 지역 경제계 인사들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출마를 의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하 행장은 이를 의식해 출국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장 임기 5년에 대해서는 하 행장은 비교적 만족스러워했다. "누구보다 대구은행을 사랑했고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를 위해 행장실을 'Hi CS실'로 바꾸어 직원들을 초대하기도 했지요. 'CS'는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 '소통공간(Communication Space)'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며 하춘수라는 이름의 약자이기도 하지요."

하 행장의 헌신으로 대구은행은 지난 5년간 역대 어느 행장 재임 시절보다 높은 당기순이익과 지역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부임 초기 20조원 규모이던 자산을 두 배(42조원) 이상으로 키웠다.

퇴임 후 활동에 대해 하 행장은 "은행장 임기 5년간 신입행원을 비롯해 540여 명의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등 40여 년 동안 내조에 헌신해 온 집사람을 위해 인생 2막을 열겠다. 은행장 및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미숙하다고 느낀 어학공부와 피아노 등 취미생활도 누리겠다"고 했다.

지역민들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했다. "평직원에서 은행장까지 40년 넘게 대구은행에서 일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지난 5년간 은행 가족들의 끊임없는 희생과 열정, 그리고 지역민들과 고객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성원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대구은행이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하 행장은 21일 열리는 DGB금융지주 정기주총을 끝으로 회장 및 은행장직에서 물러나 자연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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