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호동락] 스쿠버다이빙-물질과 공포

신기하게도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수영을 할 줄 안다. 소, 개, 말, 돼지 등 네 발 달린 척추동물들은 대부분 수영을 할 줄 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육상생활을 하다 보면 수영하는 법을 잊는다. 그래서 자전거타기나 운전처럼 수영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물속에 들어가면 위험한 상황을 많이 경험한다. 그 가운데 물에 대한 '공포심'이 가장 위험하다. 인간은 왜 수영을 못하는가. 인간은 살기 위해 물 밖으로 벗어나려고 하기 때문에 자꾸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몸을 수면과 수평으로 하고 팔다리를 저으며 가끔 숨을 쉬기만 하면 누구나 수영을 할 수 있다. 머리를 물 밖으로 내고 안 죽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몸은 가라앉는 게 수영의 원리다. 스킨다이빙을 배우면 자연스럽게 이 원리를 깨닫고 쉽게 수영을 한다. 몸을 물에 맡겨야 뜰 수 있고 몸이 편해진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는 것이다. 몸과 물이 하나가 되면 물 속에 있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 그제야 알게 된다. 잠수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물속에서 위급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충무공의 말처럼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

필자의 직업이 잠수사이기 때문에 자주 이런 질문을 받는다. '물속에 들어가면 무섭지 않느냐?'고. 그럴 때마다 등산가 허영호 대장의 말을 인용한다. 기자들이 '대장님, 그 엄청난 모험을 하시는 게 두렵지 않으십니까?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납니까?'라고 묻자 허 대장은 "그만한 용기 뒤에는 그만한 두려움이 있다"라는 말을 했다. 사실 그렇다. 두려움이나 시련은 극복되어야 하는 것이지 회피해서는 안 된다. 물속에서는 수많은 공포를 경험한다. 물질을 하다 보면 고무장갑이나 청바지, 돼지머리 같은 것을 만날 때도 있다. 이때는 공포심이 극에 달한다. 시퍼런 바다만 봐도 무서움을 느낀다. 그러나 계속된 적응 과정을 거치면 무서운 공포의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알게 된다. 물속에서 공포를 제어하지 못해 허둥대기 시작하면 이성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다. 특히 초보자들이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다리가 그물이나 로프 같은 것에 걸릴 수도 있다. 침착하게 소지하고 있는 예리한 잠수용 칼로 제거하면 된다. 그러나 공포에 사로잡혀 허둥대기 시작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냉철한 이성과 느긋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잠수는 보통 3단계로 가르친다. 1단계는 모든 것을 멈추는 것이다. 생각과 행동감정 모두를 멈추는 것이다. 2단계는 이성적 판단과 생각을 하는 것이다. 3단계는 판단과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멈춤, 생각, 행동 등 3단계가 꼭 필요하다. 냉철한 심리상태를 갖지 못하는 것은 훈련량 부족이거나 폐쇄공포증이나 밀실공포증하고도 관련이 있다. 특히 흐린 물속에서는 이런 공포증상이 더 잘 일어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게 없으면 더 무서워지는 것이다. 몸이 그물이나 로프에 걸렸을 때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일단 발버둥치지 말고 모든 것을 멈춘다. 그리고 생각하고 판단한다. 그물과 로프를 잘라낼 생각이 완료되었을 때 칼을 꺼내서 제거하면 쉽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보통 초보자의 경우 그물에 걸리면 무서워 허둥댄다. 그럴수록 더 침착해야 한다. 공포심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둘이서 같이 다니면 된다. 짝잠수. 물속에서 함께하면 무섭지 않고 더 즐겁다. 물속에서 발생하는 위기상황에서도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경영(스쿠버숍 '보온씨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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