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집이 촘촘하게 들어선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컴컴한 밤길에서 누군가 만나면 겁이 나 종종걸음으로 다녀야 하는 마을. 일반적으로 도시의 저층주택지들이 안고 있는 풍경이다. 이런 마을이 밝고 쾌적하고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떠들썩한 생활공동체로 되살아나는 모습으로 만들 순 없을까.
수성구청이 2010년부터 저층주택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피타운 프로젝트는 대형 아파트단지 중심의 도시개발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비좁은 골목길을 정비하고 LED 보안등과 생활안전용 CCTV를 설치해 안전한 마을을 만드는 일. 도시가스를 공급해 취사와 난방의 불편을 덜어주는 일, 낡은 벽과 계단을 새로 디자인해 마을의 숨결을 불어넣고 녹색 거리를 만드는 일,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취미와 여가를 즐기고 소일거리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일 등. 이런 변화들이 수성구 만촌동과 범어동, 상동 일대에서는 펼쳐지고 있다.
총 4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해피타운 프로젝트는 도시가스 공급관 설치, LED 보안등과 CCTV 설치 등 하드웨어사업을 통해 마을의 면모를 새롭게 하는 한편 다양한 주민참여 활동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주민참여 활성화를 통해 주민의 자생적 역량을 강화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은 초기에는 주민들의 폐쇄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날이 갈수록 참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28일 오후 2시 수성구 상동 해피타운 커뮤니티 센터 '한들'에서는 1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천연한방화장품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지난해부터 화장품 만들기를 배워온 주민들은 이미 실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여름부터 직접 만든 한방 샴푸, 한방 비누, 건조 약초 등을 주위 사람들에게 판매해 벌써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다. 마을기업 만들기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는 주민들은 내년쯤 천연한방화장품을 제조, 판매하는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설립할 계획이다.
범어2동의 경우, 국악교실, 한지공예, 자수와 민화, 다도와 생활예절, 도시농업, 플라워아트 등 프로그램마다 20여 명의 주민이 참가하고 있고 상동 지역에서도 공예교실, 기체조, 도시농업, 장구'민요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황기호 수성구의원은 "주민참여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해피타운 사업은 주민 스스로 공동체를 만드는 역량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 도시형 새마을운동의 모범이다"고 평가했다.
수성구청은 앞으로 동아리들의 마을기업'협동조합 설립을 통한 주민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해피타운 프로젝트에 대한 구민들의 관심과 요구가 커지는 점을 고려해 2015년과 2016년 각각 2곳씩 사업지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낡은 저층주택지 주민들이 주거 행복을 누리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11월 중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해 구민들이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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