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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콩나물 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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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
▲권서각

# 콩나물 시루 -서관호(1948~ )

음표들 옹기종기

입술들 달싹달싹

오선지에 올라갈 날

새록새록 꿈을 꾸며

졸졸졸

낮은 음으로

합창 연습 하는 중.

  -동시조집 『혹부리 나무』, 어린이시조나라,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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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집에서 콩나물을 기르는 사람이 드물지만 전에는 집집마다 콩나물시루가 있었다. 방 한곳에 콩나물시루를 두고 시루 위에 보자기를 덮어 두었다. 콩나물시루는 안방에 같이 기거하는 식구였다. 물을 주는 일은 대개 아이들 몫이었다. 보자기를 걷으면 노란 콩나물이 가지런히 머리를 내밀고 그 위에 물을 주면 그릇에 물 내려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콩나물의 생김새는 음악책에 그려진 음표를 닮았다. 그래서 음표를 콩나물 대가리라 부르기도 했다. 이 시의 화자는 콩나물시루를 보며 소리와 율동을 느끼고 있다. 옹기종기, 달싹달싹, 새록새록, 졸졸졸 등의 시늉말을 통해서 음악성을 고양시키고 있다.

콩나물시루의 콩나물들이 소리를 내며 춤을 추며 오선지 위로 가기 위해 합창 연습을 한다고 한다. 생동감 있고 밝은 이미지가 독자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한다. 사물을 보는 화자의 마음이 티 하나 없는 동심이기 때문이리라.

어린이가 쓴 시를 아동시라 하고 어른이 어린이의 마음으로 쓴 시를 동시라 한다. 동시의 내용을 시조 형식으로 표현한 것을 동시조라 나누기도 한다. 모두 어린이의 마음을 담기는 마찬가지다. 맹자는 동심을 잃지 않은 자를 군자라 했다. 그렇다면 성인과 어린이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 워즈워스는 그의 시 '무지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했다. 어른도 어린이의 동심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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