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망하면 낙오자, 이스라엘은 "다시 도전해봐"
우리나라에서 창업했다가 성공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거나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것이 다반사다. 재기할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창업국가 이스라엘이라고 해서 창업하는 사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이스라엘 경제수도 텔아비브에서는 1천 개의 스타트업(창업신생기업)이 등장하지만 이 중 2%만 성공한다. 나머지는 실패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에 실패하는 사람에 대한 처우에서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1)실패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스라엘에서 창업에 실패했어도 좋은 창업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경우는 드물다. 실패에 따른 질책보다 가치를 인정해주기 때문에 절치부심해 창업 소재를 다듬어 재도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래서 '연쇄 창업가'라는 말도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창업을 개인의 영리 추구보다는 공공 발전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남의 실패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스라엘 정부와 요즈마펀드 등 공적 부문에서는 실패한 나머지 98%의 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따로 관리한다. 통상 실패 이전보다 20% 이상 많은 추가 지원을 제공한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취업을 미루고 앞다퉈 창업에 나서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것은 물론 실패를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갖고 있는 덕분이다.
창업 실패의 책임을 공무원에 묻지 않는 점도 창업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창업 성과를 공무원의 인사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단 한 개의 성공사례가 없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행정조직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할 수 있다는 것. 1조3천억원에 구글에 인수된 웨이즈 같은 스타트업들도 거듭된 실패 끝에 결국 텔아비브시의 계속된 지원으로 성공했다.
2)국가가 뒷받침한다
이스라엘 정부의 정보 개방 정책도 스타트업 성공 가능성을 한층 높여준다. 국가 안보나 보안에 해악을 끼칠 가능성이 작다면 가급적 많은 정보를 창업자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내비게이션 앱을 개발할 경우 모든 도로와 지도, 대중교통 정보까지 제공한다. 환경 관련 정보가 필요하면 대기와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공급한다. '윈드워드'(Windward)라는 회사는 이스라엘 정부와 국제해사기구(IMO)가 제공한 항공정보서비스(AIS) 데이터를 토대로 전 세계 20만 척에 달하는 선박의 소유주 등 정보와 선적물'항로'경유지'시간 등을 체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폐기물 유출과 불법 조업 등의 범죄 발생 여부를 따지는 등 일반적인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보다 한발 앞선 정보를 취합한다.
3)글로벌을 지향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다. 이스라엘 인구는 약 830만 명뿐이라 내수 시장만으로는 승부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글로벌 세팅을 하는 것. 대학을 졸업하면 5개 국어를 할 수 있게 되는 교육 환경도 스타트업 성공에 도움이 된다. 이스라엘에 애플, 구글과 페이스북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R&D 센터가 들어와 있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 인적 네트워크가 잘 구축된 점도 창업 성공 요인 중 하나다.
◇실패와 시행착오에 관대한 '다브카'
◆다브카
히브리어인 다브카(davca)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뜻을 갖고 있다. 실패와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1948년 건국 이후 전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들이 몰려들면서 이스라엘은 70여 개의 언어와 문화가 뒤섞였다. 아랍과 전쟁을 하며 이스라엘 정부는 사회 통합을 위해 민족적 유대감을 토대로 다문화 사회를 정착시켰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이스라엘에선 다른 문화와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뿌리 깊게 박혔다. 이 같은 환경이 실패와 시행착오에 관대한 다브카라는 문화를 만들었다.
◆트누파
트누파(TNUFA)는 이스라엘 정부 차원 벤처육성 프로그램이다. 산업통상노동부 산하 수석과학관실(OCS: Office of the Chief Scientist)이 운영하는 트누파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 실패 용인이다. 1991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초기 벤처 육성책으로 여기에 선정되면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트누파의 역할은 창업기업이 인큐베이터에 입주하거나 엔젤투자를 받는 순간까지다. 한 해 500여 개 기업을 지원하는데 이 중 25%가 인큐베이터에 입주 혹은 엔젤투자를 받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 기업들은 초기 단계에서 정부에서 지원받은 원금의 20%와 일부 이자를 상환하고, 상장 혹은 매각될 경우 초기 지원금의 3~6배를 추가로 정부에 돌려준다. 실패한 나머지 75%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을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실패했을 때 가혹하게 징수하지 않는 트누파 운영방식은 이스라엘에서 벤처가 꽃을 피운 대표적 요인으로 손꼽힌다.
◆요즈마펀드
요즈마(Yozma)는 창조를 뜻하는 히브리어다. 1993년 설립과 함께 정부 출자금 1억달러(1200억원)와 전 세계 투자기관에서 유치한 1억6천500만달러(1900억원)를 합쳐 '요즈마펀드'를 만들었다. 요즈마펀드는 기술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도입해 바이오'헬스케어'정보통신기술(ICT) 벤처와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20개가 넘는 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거나, 글로벌기업에 매각했다. 2억6천500만달러(3천100억원)로 시작한 요즈마펀드는 10년 만에 40억달러(4조6800억원)로 급성장했다. '자금 지원-인큐베이팅(기업육성)-글로벌 네트워크 지원-자금 회수'라는 지원 체계는 성공적인 정부 주도의 벤처캐피털 육성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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