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과 예술인 경계 허물어
근대거리 세계 명소로 만들어야
임강훈(46) 씨의 명함에는 '(사)한국문화공동체 이사'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 말로 그를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공연기획자이자 사회적기업육성사업 전문 멘토, 꿈꾸는 씨어터 이사, (사)공동체 디자인 이사, BOK 청소년 전통 예술단 총괄책임 등 다양한 직책을 맡고 있다. 여기에 직접 작곡도 하고 사물악기 연주도 한다.
임강훈 이사의 눈에는 대구 중구에 소재한 수많은 근대건축물들이 '저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간직한 무대이자 스토리의 보고'다. 그는 이 건물들이 품고 있는 사연을 국악공연과 전시로 형상화하는 일을 한다. 또 국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공연단을 만들고 꾸려갈 수 있도록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는 일을 돕는다. 그런가 하면 극장 '꿈꾸는 씨어트'에서는 창작품이 지속적으로 공연되고 수정, 발전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 사업도 펼친다.
한 예로 임 이사는 국악밴드 '나릿'이 대구 중구 근대거리와 건물을 소재로 국악작품을 창작하도록 돕고 있다. 또한 그들이 노래의 주제가 되는 해당 건물을 무대로 삼아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다. '그곳 그 공연'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예술과 지역, 역사와 건축물이 시너지를 발휘하고 도심재생과 부가가치 창출로 발현된다.
그는 대구 중구청이 올 8월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개최했던 '2016 대구야행, 근대路의 밤' TF 팀장을 맡았다. 권상구 '시간과 공간 연구소' 이사, 전충훈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실무책임자와 머리를 맞대고 전체 행사 그림을 그렸다. 그는 인터뷰 내내 모든 성과를 함께 일했던 기획자, 연출자, 작창자, 출연자들의 공(功)으로 돌렸다.
권상구 이사가 근대건물과 거리를 배경으로 스토리를 발굴하고, 전충훈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실무책임자는 도심 RPG 게임을 기획했다. 임강훈 이사는 여기서 나온 콘텐츠를 바탕으로 공연과 전시를 설계했다. '2016 대구야행, 근대路의 밤' 행사에는 전국에서 5만4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전국 10여 곳에서 펼쳐진 야행 행사 중 가장 성공적인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임강훈 이사가 공연작품 육성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점은 '지속가능성'이다. 관청에서 끊임없이 예산을 지원해야 공연이 지속되고, 인맥을 통해 관람객들을 동원해야 객석이 차는 구조로는 지속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하나의 공연작품을 육성하기 위해 1년 내내 '꿈꾸는 씨어터' 극장 공연을 펼치는 것도, 특정 지점을 무대로 그 지점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을 펼치는 것도, 예술가들에게 마케팅과 기획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5년 열었던 '근대의 밤' 공연은 무대를 제일교회, 이상화 고택, 계산성당, 다시 제일교회로 옮겨 다니며 펼친 2시 30분짜리 '무빙 씨어터' 공연이었다. 일반 공연장에서는 막이 바뀔 때마다 무대가 전환되지만, '무빙 씨어터'에서는 관람객이 공연의 새로운 배경이 되는 장소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건축물과 골목을 구경하고 그곳에 담긴 역사를 체험한다. '근대의 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에게 설문했다.
'다음에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이 공연을 관람하겠습니까? 지불한다면 얼마나 지불하겠습니까?' 응답자의 평균값은 2만5천원이었다. 문화예술과 역사, 건축, 관광, 도심재생을 결합해 만든 성공적인 작품이었던 것이다.
"관객들이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면 잘 만든 공연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는 사람 부탁으로 억지로 자리를 채우는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인들은 예술을 단독적인 영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예술은 필요로 하는 곳,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없는 예술,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예술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줄곧 현장 공연 기획자로 살아온 그는 2008년 예술경영과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많이 변했다고 했다. 예술도 생활의 영역, 산업의 영역과 융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8월 열렸던 '2016 대구야행, 근대路의 밤' 축제에서 무빙 씨어터 '뮤지컬 1925'(연출 정철원, 작창 김수경, 대본 김지영)를 공연했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서상돈 고택에서 1막, 교남 YMCA에서 2막, 제일교회에서 3막이 펼쳐졌다. 관객들은 무대배경 전환을 위해 장소를 옮겨 다녔을 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입던 의상을 입고 관람함으로써 관객인 동시에 공연 참가자가 됐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단순히 잘 만든 공연 한편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역사의 현장으로, 역사 속으로 풍덩 빠져들 수 있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임강훈 이사는 "대구 중구 근대거리를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공연전시와 대구야행, 근대路의 밤 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구청이 차곡차곡 다져온 인프라와 역사와 사람살이가 밴 근대거리를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젊은 기획자, 음악가, 연출가들이 한뜻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민과 예술인의 경계, 기획자와 공연자, 장르별 경계, 예술과 산업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모두 함께할 때 대구근대거리는 세계적인 역사거리, 예술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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