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과 사람] 낙동강 고대 문명사 1,2,3권 펴낸 대구경북학회

"회도와 독창적 철기문화 발달 낙동강, 한반도 문명 발상지"

낙동강 고대문명사 집필진과 대구경북학회 회원들의 세미나. 대구경북학회 제공
'한반도 고대문명의 중심, 낙동강전'이 5월 24일 경북신도청 본관 1층 로비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한반도 고대문명의 중심인 소국과 철기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전시가 구성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시 일정이 2일 연장되기도 했다. 대구경북학회 제공
낙동강 고대문명사 1, 2, 3 표지
낙동강 고대문명사 집필진과 대구경북학회 회원들의 세미나. 대구경북학회 제공
낙동강 고대문명사 1, 2, 3 표지

"낙동강이 단순한 생활하천이 아니라, 한반도 문명의 발상지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낙동강 문명에 대한 연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고대사 연구에 이어 중세'근세 연구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사 연구로 확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구경북학회 주도로 발간된 '낙동강 고대 문명사 1, 2, 3권'의 연구 책임을 맡은 박승희 영남대 교수(국어국문학)는 "지난 수년간 대구경북학회 주도로 여러 가지 지역 연구를 수행해 오면서 지역사와 관련된 연구를 좀 더 깊이 있게 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특히 낙동강의 인문지리적 의의가 큰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고, 경상북도와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토리텔링과 콘텐츠로 시민 곁에!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낙동강 고대 문명사'를 마무리했고, 향후 1년씩 중세 및 근세 연구를 더해 3편의 '낙동강 문명사'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고대 문명사는 문헌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고학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역의 고고학 연구진이 주축이 되었고, 이를 근거로 인류학과 지리학이 3개의 축이 되었습니다. 지리학이 강조되는 이유는 낙동강과 이를 둘러싼 지형이 고대 문명 형성의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낙동강 고대 문명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고고학'인류학'지리학 등의 학술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콘텐츠와 (고대국가의 기술 발전과 문화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구성했다는 점이다.

"순장, 초기 신라토기, 의복, 우륵, 이두 등과 관련된 12가지 고고학적 원형 스토리를 먼저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스토리텔링을 풀어나갔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로는 '낙동강 초기 철기 로드를 가다' '경북의 박물관을 따라가는 고대 문명길' '경북 낙동강 강마을 콘텐츠'를 제시했습니다. 하나하나가 뛰어난 문화관광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낙동강, 한반도 고대문명의 중심지!

이번 낙동강 고대사 연구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낙동강 유역이 한반도 최초의 회도(灰陶'와질토기)문화 발상지라는 사실과 고대 철기문화의 중심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중남부와 일본열도 중에서 가장 먼저 회도문화가 정착된 곳이 낙동강 문명권입니다. 이전에는 회도문화가 중국 중원을 중심으로 넓게 분포되어 중국 중심으로만 생각해 왔습니다. 아직 낙동강 문명권과 중국 중 어디에서 회도문화를 먼저 발달시켰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어쨌든 낙동강 문명권의 회도문화가 중국에 버금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낙동강 문명권의 우수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낙동강 문명권의 철기문화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연나라와 고조선에서 남하한 철기문화가 낙동강 유역에 와서 고대국가의 독창적인 문화와 결합함으로써 철기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이전의 철기보다 더 우수한 철기문화를 꽃피워 오히려 역수출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한강 및 금강 유역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것이다.

◆낙동강 고대 소국, 독창적 분권 문화 형성!

낙동강 유역에서는 대체로 기원전 2세기 후반부터 고대 소국이 성장하고 있었고, 이들은 낙동강을 따라 철기문화를 교류하며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 갔다.(이번 연구를 통해 낙동강을 따라 철기문화가 교류된 흔적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도를 제작해 낙동강 중상류의 고대 소국 분포와 특징을 종합 정리하고 새롭게 해석했다.)

"흔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듯 '고립'되어 있다고 해서 독창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교류와 교섭을 통해 상호작용식 문화교류를 할 때 비소로 독창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낙동강 문명권에는 24개의 소국(일부에서는 26개 또는 28개라는 주장도 있음)이 있었고, 이들은 교류와 협력, 경쟁, 병합 등을 통해 자기 문화를 만들어 갔습니다. 의성 조문국 금장신구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문양과 양식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박승희 교수는 "낙동강 문명권의 고대 소국 형성과 철기문화는 한반도 다른 지역보다 400년 정도 앞서고 있는 만큼, 낙동강 유역이 한반도 고대문화의 중심지"라면서 "이들 소국이 교류와 교섭을 통해 독창적 문화를 발현시켰다는 관점에서 볼 때, 현재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지방분권을 낙동강 고대문명이 선구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하다. 한강 등에서는 낙동강 문명권처럼 다채로운 분권문화의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낙동강 문명사, 가야사 연구의 한 축!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 발언으로 학계의 논란과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가야사 연구가 동서를 연결해 영호남을 잇는 문명사라면, 낙동강 문명사는 강원도에서 경북, 대구, 경남, 부산을 잇는 남북을 연결하는 문명사라고 할 수 있다. 남북과 동서를 잇는 균형 잡힌 역사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될 법도 하다.

"가야사 연구와 낙동강 문명사 연구가 동떨어진 별도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야 문화의 중심지인 고령의 대가야와 김해의 금관가야 역시 낙동강 유역에서 성장'발전했습니다. 향후 낙동강 문명사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면 가야사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1권 고고역사 편, 302쪽. 2권 지리'문화인류 편, 262쪽. 3권 스토리텔링'콘텐츠 편, 496쪽. 비매품. 문의: 010-3649-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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