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A씨는 매일 당직 근무와 주간 근무를 반복한다. 당직 근무는 오전 7시부터 24시간 계속되고, 주간 근무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이틀에 36시간을 연달아 근무하는 셈이고, 주당 근무시간은 휴식시간을 제외해도 80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A씨는 "주당 근무시간을 제한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공의 특별법)은 남의 나라 얘기"라고 한숨을 쉬었다.
전공의들의 살인적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자 마련된 전공의 특별법이 겉돌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인력난을 이유로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다. 심지어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허위 당직근무표를 만들거나 외부에 초과근무 사실이 노출되지 않도록 사전교육을 하는 등 편법까지 동원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전공의의 과도한 수련시간을 제한한 전공의 특별법을 시행했다.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88시간(교육 목적의 수련시간 8시간 포함)으로 제한하고, 최대 연속 수련시간도 36시간을 넘지 않도록 한 게 골자다. 당직 일수도 1주일에 3일을 넘지 않도록 제한했다. 다만 병원들이 바뀐 규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수련시간 제한은 올 연말까지 유예했다.
그러나 법 시행 7개월이 지나도록 규정을 지키는 병원은 드물다. 대구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실제 근무시간은 주당 90시간이 넘지만 대한병원협회에 제출하는 당직근무표와 실제 근무표를 따로 작성하는 편법을 쓴다"며 "당직 수당도 실제 근무시간에 비해 적게 받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전공의는 "병원 측이 수련시간 80시간 이상은 아예 전산상에 입력되지 않도록 막아놨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대형 병원들은 "매년 전공의 정원을 채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규정대로 근무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입원 전담 전문의는 지원자가 없고, 전문간호사 채용도 쉽지 않다"면서 "아마 내년부터 상당수 병원이 무더기로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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