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 관점에서 마음은 뇌의 작용이다. 신경전달물질의 교환과 뉴런의 작용으로 정신 활동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의학에서는 오장육부도 여러 감정과 대응된다는 믿음 체계가 있다. 그래서 한의학은 오장육부를 건강하게 만듦으로써 마음의 병도 다스릴 수 있다고 본다.
우리 조상들도 오장육부에 마음과 감정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같은 말이 나왔다. '배알이 꼬인다' '배알도 없다'는 표현도 있다. 여기서 배알은 창자의 순우리말이고 '속마음'과 동의어다. 시기심 같은 속마음이 창자에 들어 있다고 조상들은 믿었던 것 같다.
'간이 크다' '간이 부었다'라는 말도 있다. 간이 크면 겁도 없을까. 이와 관련해 교정 시설 고위 공무원으로부터 들은 말이 흥미롭다. 재소자 부검에 많이 참관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일반인보다 간이 크더라는 것이다. 간은 몸에 부담을 주는 물질을 해독하는 일을 담당하는데 간이 크면 불안감을 빨리 해소할 수 있기에 나쁜 짓을 하고도 죄책감을 덜 느끼고 범죄 유혹에 빠진다는 장광설이었다.
장기에 감정이 있다면 심장만큼 경이로운 신체도 없다. 한자 문화권에서 심장(心臟)은 문자 그대로 '마음의 장기'이자 '중심의 장기'이다. 또한 심장은 사랑을 상징한다. 서양권에서 기호 '♥'가 심장 모양을 본뜬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심장은 사람 신체 가운데 사랑의 감정에 가장 빨리 반응하는 부위이다.
신체 가운데 심장이 가장 강력한 생체 자기장을 내뿜는다는 점도 이채롭다. 심장이 발산하는 생체 자기장은 뇌의 그것보다 수천 배나 강하다. 또한 심장은 사람 신체 가운데 암에 거의 걸리지 않는 유일한 부위이기도 하다. 심장의 이 같은 신비한 특성은 많은 신화와 문학에 영감을 줬다. 영혼이 머무는 곳이 뇌가 아닌 심장이라는 믿음을 가진 종교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죽은 딸의 심장 소리를 듣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미국 대륙을 횡단한 50대 남성의 사연이 화제다. 지난 1월 교통사고로 숨진 20세 딸의 심장이 흑인 청년에게 기증됐는데, 이식된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고자 4천㎞ 먼 길을 한 달 반 동안 자전거로 달린 스토리다. 청진기를 통해 딸의 심장 소리를 듣는 순간 남성은 감정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는 전 재산을 팔아,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 딸의 심장이 세상을 향해 사랑을 발산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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