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근로시간 단축, 영세업체에 더 큰 타격…차부품·섬유업종 노사 모두 불만

설비 가동할 인력 구할 형편 안 돼…근로시간 줄면 잔업수당 못 받아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대구의 주력업종인 자동차부품 및 섬유업체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직원 80여 명 규모의 A자동차부품사는 하루 10시간씩 주'야간 2교대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직원 50~299명 규모에 포함돼 2020년 1월 1일까지 적용을 유예 받게 됐지만, 벌써부터 회사 분위기가 무겁다.

A사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3교대를 도입하면 최소 직원 15명을 더 구해야 하는데, 알맞은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직원들도 저녁 2, 3시간 잔업으로 수당을 더 받아왔는데 근로시간이 줄면 수입이 월 20만원 정도 줄게 된다.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가 불만인 상황"이라고 했다.

대구 3공단의 한 금속업체 B사도 우울한 분위기다. 8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 업체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시간 단축이 더 큰 타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저임금 인상 경우 결국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에 인원 감축 없이 올려줄 수 있었지만,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아예 공장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것. B사 대표는 "공장 기계는 24시간 돌아가야 하는데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하루에 4~6시간은 기계를 돌릴 인원이 없다"며 "그렇다고 하루에 4~6시간만 일할 인원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 기존 근로자의 근무시간도 대폭 줄여야하는데 동의해 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무인 자동화설비를 도입한 중견업체와 달리 영세업체들은 고스란히 타격을 입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달성군에 있는 직원 5명 규모의 섬유가공업체 C사 대표는 "무인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지만, 영세업체에는 꿈같은 얘기"라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성과를 내려고 무리한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설비 의존도가 높으면서 영세한 규모의 지역 자동차부품, 섬유 업종에 타격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한다. 대구경북연구원 임규채 박사는 "설비투자가 많은 자동차부품, 섬유 등 업종은 설비를 가동하지 않을 때 매몰비용이 상당히 크다. 근로시간이 줄어든다면 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채산성 유지를 위해서는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는데 영세업체는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 지역 경제에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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