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시내 곳곳의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소에는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 있지만, 시민들은 별 반응이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무슨 대표를 선출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현수막을 보면서도 "어? 이번에 시장을 새로 뽑나?" "교육감도 우리가 선거로 뽑았나?"라고 할 정도로 무심한 반응만 보일 뿐이다. 겨우 들리는 소리는 "선거일이 공휴일이지? 하루 쉬게 생겼네" 정도다. 실제 역대 투표율을 보면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지방선거 투표율은 크게 낮았다.
영화 '스윙 보트'에서 주인공 버디가 반드시 투표를 하라는 딸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투표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마치 네 뜻대로 될 것 같다는 기분만 들게 할 뿐이지. 누구한테 투표하든 우린 보험료도 못 낼 형편이고, 네가 아프면 또다시 내 피라도 팔아야 할 거야." 지금 많은 이들도 어쩌면 버디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 역시 저조한 투표 참여율 속에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릴 수 있다.
영화에서는 선거에 무관심한 아빠 버디를 대신해 딸 몰리가 한 표를 행사하려다가 선거 시스템에 오류를 일으킨다. 개표 과정에서 버디의 표만 인식되지 않았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후보자 두 명이 동수의 표를 받아 버디의 한 표가 당락을 결정짓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열흘 후 버디 홀로 재투표가 결정되고, 모든 언론과 시민의 관심은 그에게 집중된다. 버디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후보자의 공약과 국가의 정책 방향이 바뀌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버디는 그제야 한 표의 가치를 깨닫고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반성한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시민들의 낮은 투표율 때문에 소수의 표로 당락이 엇갈리는 상황이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과 2006년 충주시의원 선거에서 한 표차로 당락이 엇갈린 진기한 기록이 있다. 2002년 선거에서 곽호종 후보는 한 표차로 낙선했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한 표차로 당선되는 기쁨을 누렸다. 16대 총선에서는 경기 광주에 출마한 문학진 후보가 3표차로 낙선해 '문세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8년 6월 4일 재'보궐선거에서도 한 표차 승부가 벌어졌다. 고성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윤승근 후보와 황종국 후보가 나란히 4천597표를 얻었고, 재검표 끝에 윤승근 후보의 지지표 중 한 표가 무효 처리돼 황종국 후보가 승리했다. 이처럼 한 표의 위력을 절감케 하는 투표 결과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영화는 우리에게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전한다. 국민적인 주목을 받으며 우쭐대는 아빠를 향해 딸은 아빠의 어리석은 선택이 미국을 망칠 수도 있다고 울부짖는다. 투표는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우리의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번 지방선거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투표에 참여해 한마음으로 뽑은 당선자들의 공약이 더 많은 지지와 협조를 받으며 잘 지켜진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다. 대선이나 총선 후보들의 공약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은 더욱 간절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바로 우리 동네의 이야기이고, 우리가 더 잘 알 수밖에 없고, 반드시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이제 우리 앞에는 이런 질문들이 놓였다. "당신은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습니까?" "당신의 자녀가 어떻게 공부하고 행복해지기를 원합니까?" 6월 13일, 우리는 반드시 이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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