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그냥 쉬었어'

니트족은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고, 하는 일도 전혀 없으며 구직 활동도 않는 청년층을 일컫는 용어다.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머리글자(NEET)를 딴 것이다. 경기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은 1990년대 영국 등 유럽에서 처음 나타난 이후 요즘에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다.

연령대로 치면 15세에서 34세에 이르는 이들은 취업에 대한 의지나 목표가 전혀 없다. 일하려는 의욕과 능력은 있으나 일자리가 없는 비자발적 실업자나 아르바이트로 그나마 생계를 꾸려나가는 '프리터족'과 뚜렷하게 구별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니트족의 증가가 잠재성장률과 국내총생산을 떨어뜨리는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기간 동안 크게 늘면서 사회문제로 부각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는 니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예 사회와 등을 진, 극단적인 무직자 부류를 지칭하는 용어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쉬는 사람이 6년 만에 2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그제 국가통계포털에 올라온 2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구가 모두 202만 명에 달했다.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2012년 1월에도 201만 명을 기록한 바 있다.

올 2월 기준 국내 비경제활동인구가 1천674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그냥 쉬는 사람의 비중은 12%에 이른다. '그냥 쉬었음'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연령대로 보면 60세 이상 장년층과 20대 청년층이 많았다. 빠른 은퇴 시기나 고령 인구의 증가를 감안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 장'노년층의 처지는 그나마 이해가 된다.

하지만 20대 청년 무직자가 10년 전과 비교해 14.6% 증가해 30만 명이라는 현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특히 청년 비경제활동인구에서 대졸 학력자 중 니트족의 비중은 무려 24.4%다.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9.9%)이 부른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어두운 이면이다.

2010년 타계한 가수 임종환은 1994년 '그냥 걸었어'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처음엔 그냥 걸었어~'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는 노래다. 이 노래가 지금 일없이 쉬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백수들 심정과 크게 다를까. 같은 사회인이면서도 일없이 오가야 하는 '그냥 쉬는 사람들'의 처진 어깨 뒤로 벚꽃은 눈물 나게 화사하고, 봄볕은 유난히도 따갑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