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가족에게 버림받은 A(17·서구 평리동) 양은 같은 동네의 한 위탁모 품에서 자랐다. 중학교 3학년 이후 A양은 스마트폰 즉석 만남 앱으로 만난 남자와 성매매를 하고 친구들에게도 성매매를 알선했다. 다른 사람들의 돈을 빼앗거나 협박과 폭력도 일삼았다. 출석 일수를 간신히 채우고 중학교를 졸업한 A양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5월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했다. B(19·서구 원대동) 군은 동네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이른바 '통'이었다. 중학교를 중퇴한 이후 그는 주먹질은 기본이고, 금은방에 손님인 척 들어가 귀금속을 훔쳐 달아나거나 보험사기를 벌이기도 했다. 범죄 경력만 10건을 훌쩍 넘었고, 2년 동안 세 차례나 소년원을 들락거렸다. 두 청소년의 인생은 검정고시 공부방 '꿈잇는배움터'와의 인연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해 3월 서구 비산동에서 문을 연 꿈잇는배움터는 청소년 선도단체인 한국BBS 대구시연맹 서부지회와 서부경찰서가 협력, 운영하는 야간 학교다. 꿈잇는배움터는 두 사람이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교재를 지원하고 외부 강사를 초청해 공부를 도왔다. 서부서 학교전담경찰관 김진호(51) 경위의 꾸준한 관심도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었다. 아이들은 김 경위를 '아빠'라고 부른다. A양은 "지난해 아빠가 판사님께 선처를 호소하지 않았다면 소년원에 갔을 거예요. 그 뒤로 이제 진짜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배움터는 한 달 100만원가량인 강사비가 없어 문 닫을 위기를 맞았다. 고육지책으로 김 경위는 "돈을 줄 순 없지만 좋은 일 한 번 하자"고 설득해 의경 3명을 강사로 섭외했다. 한국사 강의를 맡은 송호윤(23) 수경은 "처음에는 휴가를 받거나 좋은 이력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점점 아이들의 열정에 마음이 열렸고, 이젠 개인적 고민을 털어놓을 만큼 친해졌다. 전역 후에도 강의를 계속 하고 싶다"고 했다. 이곳에서 매일 2시간씩 공부한 아이들 15명은 지난 4월 검정고시에 응시했고 그중 12명이 합격 통지를 받았다. A양은 미용관련 학과로 진학해 미용사의 꿈을 키울 생각이다. 앞서 지난해 8월 검정고시에 합격한 B군도 지역 대학의 식품영양학과를 다니며 외식업체 입사를 꿈꾸고 있다. 정창우 BBS 서부지회 사무국장은 "배움터를 거쳐 간 30여 명 아이들의 인생이 늦게라도 꽃피길 바란다. 갈 곳 없는 학교 밖 청소년이 배움터에서 새 희망을 꿈꾸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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