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독립운동가 손주의 책

"이승만 박사가 대통령이 되고 곧 토지개혁령이 내렸다…아버지(윤국병)는 농지는 농사짓는 이에게 돌려주는 게 맞다고 하시고 소작인들을 불러 토지문서를 무상으로 다 주셨다…지주이면서 지주제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셨던 것…소작인이 무슨 돈이 있었으랴."(윤이조)

"넓은 경작지를 관리해야 했으니 그에 따른 인원도 필요했다…우리 집은…마름(지주 대신의 소작권 관리인)이 없었다…관리인을 따로 두어야 했다…토지개혁 때…농지 중 상당수를 무상으로 나누어 준 사례가 있었는데 첫 번째 대상자들이 이들 관리인들이었다."(최염)

독립운동가로, 대구 출신인 윤상태(1882~1942)와 경주 출신인 최준(1884~1970)의 손주가 할아버지의 삶 등을 담은 책을 냈다. 윤상태의 손녀(윤이조)가 이달 펴낸 '지나간 것은, 다 그립고 눈물겹다'와 지난달 경주 최부자 맏아들로 최준의 손자(최염)가 발간한 '더 큰 바보-경주최부자'이다.

85세 손녀와 86세 손자가 함께 살며 겪은 할아버지의 독립운동 이야기, 곁에서 본 할아버지의 삶과 집안 관련 뭇 사연들을 기억과 기록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낸 회고이다. 두 책은 두 손주 눈에 비친 일제강점기 대구와 경주의 옛 모습까지 담아 어렴풋이나마 시간여행도 떠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구경북 자산가였던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많다. 먼저 나라 사랑이다. 일제 탄압과 압박에도 끝내 변절하지 않았다. 평생 검약했고 가족들도 따랐다. 가난한 이웃에 대한 베풂과 나눔, 배려도 가르치고 실천했다. 유학을 배웠지만 장사도 꺼리지 않았다. 광복 후 재산을 기꺼이 내놓거나 무상으로 나눠주었다. 오늘날 갑질로 지탄인 부자와 가진 자들이 거울로 삼을 만하다.

한진 창업자 조중훈 덕에 윤택한 삶을 누리는 큰아들 조양호와 며느리 이명희, 두 손녀(조현아 조현민) 등 일가의 잇단 비리와 갑질 횡포 논란을 보면 더욱 그렇다. 두 독립운동가의 희생적인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땅의 부자와 가진 자들에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은 차마 바랄 수 없는 가치인가. 그리운 할아버지 사랑을 못잊어 기리며 두 손주가 내놓은 책 속의 가르침이 더욱 와닿는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