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TK정치, 비정상의 정상화를 고대하며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자신이 당선되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약속하고, 당선된 뒤에는 약속을 성실히 실천하고, 차기 선거에서 자신의 임기 중 공과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

초등학교 교과서가 규정한 이상적인 정치의 모습이다. '약속-실천-책임'이 정치 작동원리의 핵심이라는 의미다. 대구경북(TK)의 정치를 이 기준에 적용해봤다.

우선 자유한국당이다. 그동안 TK는 '공천=당선' 공식이 작동하는 텃밭이었다. 그래서 유권자에게 딱히 약속을 할 필요가 없었다. 다소 깐깐한 유권자를 만나면 '우리가 남이가!'로 돌파했다. 더 힘들다 싶으면 '빨갱이'를 읊었다. 현역 정치인에게 왜 공약을 지키지 않고 존재감도 없느냐고 물으면 남 탓, 상황 탓 핑계만 돌아왔다.

그동안의 공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다. 2016년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투표일 직전 '한 번만 살려 달라'는 읍소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최근 만난 한국당 한 초선 의원은 '선배들은 다들 편안하게 꽃가마 타면서 정치했는데 왜 하필 내가 국회의원 할 때 이런 불편한 상황이 생기느냐!'는 푸념을 쏟아냈다. 이러면 답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신났다. 한국당에 대한 시'도민의 전례없는 외면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 엉성한 '약속'을 내놨다. '여당이라서 지역 숙원과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다소 과장된 자신감이 공약에 반영됐다.

한 번도 약속을 직접 실천해 본 적 없는 후보가 대부분이다. 추후 지방정부의 공과까진 책임질 수 없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선거운동 전면에 등장한다. '그동안 우리가 잘했으니 선택해 주세요!'가 아니라 '쟤네가 싫다면 우리는 어때요?'는 공당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

바른미래당은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약속은 새로울 게 없고 후보 중에는 유권자들로부터 이미 '심판'(낙선)받은 인사도 적지 않다. 정의당은 시도민의 품 안을 파고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지율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이제부터라도 TK 정치에서 약속-실천-책임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지금은 정상이 아니다.

한국당에게 요구한다. 지역민에게 생명 연장을 부탁하기에 앞서 먹고 살기 힘든 서민부터 살려주시라. 보수 전멸 위기의 책임을 주권자에게 돌리려는 시도 역시 거두길 바란다. 충무공은 죽고자 하면 살 길이 열린다고 했다.

민주당에게 당부한다. 반사이익의 효과는 잠시다. 인재 영입과 정책 전문성 확보 등 당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노력이 절실하다. 시'도민이 실질적인 정당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날 보수 개혁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를 겸허하게 수용하길 바란다. 정의당은 시'도민과 더 친해졌으면 좋겠다.

'산업화 과정에서 대구경북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진 신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것으로 이미 다 갚았다. 이제는 대구경북도 셈을 하면서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도민이 더 많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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