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알잡'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편

'알고 보면 도움되는 잡설'  
우리 시각 15일 자정 경기
한 쪽은 보드카, 다른 쪽은 금식하며 응원하겠네

(편집자 주)그라운드 밖 두 나라의 소소한 얘기 한두 토막을 전해 드립니다. 경기 전 알아 뒀다가 하프타임 때, 백패스가 자주 나올 때 끄집어내 화제로 삼을 만한 이런저런 것들이죠. 뉴스, 역사, 세계사의 한 장면 등 어디선가 들어봤음 직한 이야기들을 그날의 주요 경기가 있기 전 정리합니다. '알'고 보면 도움되는 '잡'설, '알잡'입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는 최대 산유국간 대결이라 봐도 됩니다. 한 나라는 '오일머니'로 축구단을 사버린 사람으로 유명하고, 다른 한 나라는 '오일머니'로 국부를 운영할 정도니까요. 실제로 최근까지 세계 1, 2위를 다투던 산유국이 두 나라였습니다. 최근에는 셰일 에너지를 앞세운 미국이 두 나라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 1위 자리를 넘보고 있습니다만.

사우디아라비아는 1948년 석유가 발견되면서 나라 전체가 오일머니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대구와 인연도 있네요.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2012년 즈음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운영기관 사우디아라비아 통화청(SAMA)이 DGB금융지주의 대주주였었죠.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이외의 민간인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세를 떨친 '로만 아브라모비치'로 대표되는 오일머니가 있습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첼시의 구단주죠.

이번 월드컵 대회에는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않았지만 태권도를 배워서, 키가 엄청나게 큼에도 개인기가 뛰어나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어서 더 유명한 스웨덴 축구선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성을 헷갈려하는 이들이 적잖은데요. 실제로 '로만 이브라히모비치'라고 하는 사람 여럿 봤습니다.

두 나라의 개막 경기는 모스크바에서 현지시각 14일 오후 6시에 열립니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의 경도가 같아요. 시간대가 같다는 얘기죠. 국제경기라지만 양국 국민들의 경기 시청이 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세계 주류 소비량 1위의 러시아 국민들과 낮 동안 금식을 해야 하는 라마단(편집자 주-무슬림들이 행하는 약 한 달간의 금식기간. 해가 떠있는 동안 금식하고 해가 지면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의 끝자락을 견디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 간 '배꼽시계' 시간대는 다릅니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라마단이 끝나는 시기는 14, 15일 즈음.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의 힘이 가장 떨어진 날일지도 모르죠. 더군다나 라마단 끝나기 이틀 전 '권능의 밤' 철야 기도로 체력이 바닥나 있을 거라는데요. 14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될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은 겨우 TV 앞에 앉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경기에서 이긴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라마단이 끝날 즈음이기 때문인데요. 특히 라마단이 끝난 뒤 3일간 '이드알피트르'라는 축제를 열어 맛있는 음식과 선물들을 나누며 서로 격려한다고 합니다. 경기가 끝날 즈음인 오후 7시 50분쯤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이 허기를 무릅쓰고도 거리로 뛰쳐나와 함성을 지를 것인지. 그저 해가 진 뒤 담담히 저녁식사에 몰입하고 있을 것인지.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경기는 우리 시각으로 15일 자정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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