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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체크]]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박찬순 지음 / 도서출판 강 펴냄

박찬순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저자는 앞서 낸 두 권의 소설집에서 다문화적인 코드와 더불어 혹독한 삶을 견뎌내는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그 생이 쥐고 있는 희망을 담은 소설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각자 자기 몫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그 안에서 희미하게 존재하는 생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이번 소설집에는 총 11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2040년의 낯선 시공간을 배경으로 최첨단 디지털 기기에 몸을 내맡긴 인간의 운명('달팽이가 되려 한 사나이')을 펼쳐내기도 하고, 문학이 죽어가는 시대, 다른 언어권에서 한국문학은 무엇으로 소통되는지('테헤란 신드롬') 성찰하기도 한다. 이웃나라에서 느끼는 멀미('레몬을 놓을 자리')의 정체나, 장소에 숨겨진 존재의 운명('성북동 230번지')에 대해 탐구하기도 하고, 애도에 대해('재의 축제', '아홉번째 파도')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직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신천을 허리에 꿰차는 법―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로 구술 소설의 가능성을 시도한 작품도 눈에 띈다.

표제작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는 클래식 공연 기획 회사의 중간 간부인 '나'가 자신이 기획한 악단의 부산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기차역에 가지만 KTX 파업 소식을 접하고는 무궁화호 완행열차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북남시집 오케스트라'는 포격 사건이 있었던 연평도에서 평화와 화합을 위한 클래식 공연을 진행하는 에피소드를 담아내고 있는 단편이다.

'신천을 허리에 꿰차는 법―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소설가인 주인공이 대구 신천에 내려가 천변을 거닐다 선배 작가인 구보 박태원의 혼령을 만나 문학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결국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소소하고 작은 것들, 덧없는 존재들이 생의 가장 막막한 순간에 뿜어내는 지순한 숨결이었다. 그 고단하고 선량한 숨결에서 어느 찰나 언뜻언뜻 비치던 알 수 없는 아름다움과 생명의 기미. 그것이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하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지."

경북 영주 출신인 저자는 연세대 영문과와 서울대 신문대학원을 졸업했다.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가리봉 양꼬치'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발해풍의 정원', '무당벌레는 꼭대기에서 난다'가 있다. 2014년 한국소설가협회 작가상을 수상했다. 344쪽, 1만4천원.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암스테르담행 완행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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