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유한국당 참패는 환골탈태하라는 국민의 요구

이번 6·13 지방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여타 정당의 참패로 요약된다. 자유한국당은 처참하게 깨졌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존재조차 미미했다. 선거 관련자 모두 이런 결과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고 보니 그 충격파가 상당하다. 단순한 압승 정도가 아니라 대구·경북과 제주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지방 권력이 민주당에게 넘어갔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이후는 물론이고, 한국 선거 역사에서 이 정도의 여야 간 격차는 처음으로 기록될 만큼 일방적이다.


유권자들은 한국당을 싫어한다는 의사 표시를 분명히 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그나마 선거다운 경합이 벌어진 곳은 대구·경북과 경남 정도이고, 나머지 지역은 큰 격차가 벌어져 개표를 끝까지 지켜볼 필요조차 없었다. 수도권의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선거도 민주당이 휩쓸었으니 한국당 소속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선거가 아니라 한국당을 심판하기 위한 이벤트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대구경북은 여전히 한국당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대구시장, 경북지사 선거에서 여유 있게 이겼고, 대부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보수에 대한 뿌리 깊은 선호 현상이 이번 선거에도 작용했음을 나타냈다. 민주당 후보가 여러 곳에서 선전했지만, 중량감 없는 후보가 출마한 것이 패인이었다. 중앙당 차원에서 일찌감치 경쟁력 있는 인물을 공천했더라면 결과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알 수 없다.


한국당의 패배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시대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1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홍준표 대표의 실언,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발목잡기 등으로 일관하다가 젊은 층, 여성층의 지지를 상실했다. 젊은 층은 한국당이라고 하면 몸서리를 치고 있는데, 한국당 지도부는 노년층 지지자를 겨냥한 정책과 발언을 남발했다.


선거 결과만 보면 한국당은 퇴출 직전의 상황에 놓였다. 특정 정당의 독주가 민주주의의 위협이고, 대안 정당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나 안다. 국민들은 현재의 한국당 행태와 인적 구성으로는 대안 정당이 될 수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


한국당이 선거 패배를 어떻게 추스르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선거 개표 와중에 전현직 의원, 당직자들이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며 회의실을 점거한 것은 위기감의 반영일 것이다. 홍준표 대표부터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고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 재창당 수준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한 미래가 없다. 보수 재건의 기치를 올려야 살 수 있다. 예전처럼 눈속임을 하려다간 한국당은 먼지처럼 사라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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