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아이언맨과 권영진 시장

박한우 영남대 교수, 사이버감성연구소 소장
박한우 영남대 교수, 사이버감성연구소 소장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은 엘론 머스크로 알려져 있다. 머스크는 12세 때 프로그래밍을 시작하여 비디오 게임을 만들어 판매했다. 스탠퍼드대학교를 자퇴하고 24세 때 창업했다. 인터넷을 이용하여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직접 송금하고 결제할 수 있는 페이팔을 또 창업해서 은행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우주 산업에도 뛰어들었고,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설립했다. 무모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담한 도전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닮은 점이 있다.

상식을 깨는 권 시장의 행보는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경선부터 무모한 도전을 했다. 안동과 청구고 출신이지만 소위 서울 TK이기에 지역적 기반이 없었다. 예상하지 못했지만 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권 시장은 '펌' 헤어스타일과 '노타이' 차림으로 패션쇼와 치맥 축제에 나타나 보수적인 대구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런 촌평만 있는 건 아니다. 사회적경제 지원, 시민원탁회의, 중앙로 지하철 추모사업 등도 새로웠다. 한국당의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기대하기 힘든 정책들이다. 생소한 물 산업 육성, 통합공항 건설, 전기차 선도도시를 선언한 것은 엉뚱한 모험으로 들렸다.

다시 머스크로 돌아가 보자. 그가 창립한 항공우주회사가 참 재미있다. 우주 장비 제조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 기발하게도 추락한 로켓을 재활용하여 비용을 대폭 감축했다. 그리고 미국 항공우주국과 협력해 처음으로 로켓을 재사용하여 성공적 착륙까지 해냈다. 이것은 정부와 민간 기업이 협력하여 예산 혁신을 달성한 사례로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우주 산업만큼이나 머스크가 강한 집착을 보인 것이 전기차이다. 사람들의 웃음거리였던 '로드스터' 자동차의 매출을 2009년 1억달러에서 2016년 70억달러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로드스터에 로켓 추진기를 장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터널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머스크의 인물 탐구를 보면 성공 요인에 대한 여러 분석이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머스크가 일주일에 80시간에서 100시간을 일한다는 것이다. 목표한 일에 대한 끈질긴 열정을 보여준다. 머스크를 따라 하는 것일지 모르지만, 권 시장도 자신의 좌우명이 '石田耕牛'(석전경우)라고 강조한다. 석전경우란 척박한 자갈밭을 갈고 있는 우직한 소를 뜻하는 말로 근면하고 인내심이 강함을 뜻한다. 머스크의 도박에 가까운 공격적 결정을 보면, 권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 정국에서 시장 권영진이 보여준 행보는 '어정쩡'했다. 무대의 배우여야 할 정치인이 관찰자처럼 침묵하고 모호했다. 인사 정책에서 가까운 사람들을 챙긴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권 시장은 제 식구로부터 냉대는 안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데 치명적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머스크가 우주 산업에서 성공한 것은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무모한 사업 계획에 능동적으로 호응했기에 가능했다. 권 시장도 시민과 기업의 요구가 간혹 엉뚱하더라도 숨겨진 욕구를 잘 충족시켜 주면 아이언맨이 될 수 있다. 사실 머스크와 권 시장은 한 배를 타고 있다. 왜냐하면 머스크와 권 시장이 주도하는 전기차 사업이 실패하면 둘 다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는다. 그런데 이것은 오히려 기쁜 뉴스이다. 둘 다 죽기 살기로 일해야 성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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