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종 주상복합 화재 부상자들, 대구 병원 찾은 이유는?

광개토병원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 치료 중… 소방당국 "유증기 폭발이 원인인 듯"

26일 발생한 세종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 화재에서 부상을 입은 노동자 5명이 대구 광개토병원에 입원해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를 받는다. 중국인 노동자 3명이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에 들어가 고순도 산소를 호흡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26일 발생한 세종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 화재에서 부상을 입은 노동자 5명이 대구 광개토병원에 입원해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를 받는다. 중국인 노동자 3명이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에 들어가 고순도 산소를 호흡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26일 발생한 세종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 화재 사고 부상자 5명이 대구의 화상병원으로 옮겨져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사고 원인을 유증기 폭발에 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구 서구 광개토병원에는 현재 강모(48) 씨와 아들(22), 중국인 정모(51), 양모(38), 전모(30) 씨 등 부상자 5명이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26일 오후 1시 10분쯤 세종시 새롬동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장 7동 지하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부상을 입었다. 이날 화재로 근로자 3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쳐 전국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화재는 불은 에폭시 작업시 발생한 유증기 폭발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에폭시는 주차장 바닥 등을 칠할 때 사용된다.

대구로 온 부상자 5명은 사고 직후 대전 을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다. 을지병원 측은 부상자들의 체내 유독가스 배출과 희석이 시급하다고 판단,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보유한 대구 광개토병원으로 환자들을 옮겼다.

광개토병원이 보유한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는 대기압보다 높은 최대 5기압의 환경을 만들어 산소의 입자를 작게 바꿔주는 장치다. 고순도의 산소는 핏속에 녹아 평소 쉽게 도달하지 못하는 손·발가락 마디 끝, 산소농도가 부족한 화상 부위나 장기까지 100% 이동할 수 있다.

27일 병원에서 만난 부상자들은 끔찍했던 사고 당시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광주가 고향인 강 씨 부자는 3개월 전 군 복무를 마친 아들이 건설 기술자로 일하던 아버지 곁에서 기술을 배우겠다며 현장에 동행했다가 함께 사고를 겪었다.

이들은 사고 당시 24층짜리 아파트 건물 13층에서 함께 작업 중이었다. 두 사람은 '펑' 소리 후 건물 계단실을 따라 연기가 올라오자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얼굴을 감싼 채 다급히 피신해 목숨을 구했다.

아버지 강 씨는 "건물 한가운데 층에 있었다 보니 옥상과 1층 가운데 어디로 대피할 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옥상으로 가자니 연기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고, 올라가면서 호흡이 가빠져 더욱 위험할 것 같아 아래로 뛰쳐내려갔다. 한낮에도 연기로 캄캄해 피신에 어려움이 컸다"고 했다. 아들도 "아버지와 손을 잡고 서로에게 의지해 피신한 덕분에 화를 면했다. 아버지와 나 모두 기침과 목 통증을 앓고 있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길게는 보름 정도 입원치료하며 환자들 회복 추이를 지켜본 뒤 후유증 여부에 따라 호흡기내과 전문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