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세계 랭킹 1위인 독일의 수식어는 참 많다. 세계 최강, 러시아 월드컵 강력한 우승 후보, 디펜딩 챔피언. 영국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게리 리네커(58)는 심지어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축구라는 건 간단하다. 축구는 영국이 고안한 스포츠로 22명이 90분 동안 공을 쫓다가 독일이 늘 이기는 경기"라고.
그런데 이번엔 이변이 일어났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우승국인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대0으로 꺽은 것이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독일의 16강 진출을 좌절시켰다. 한국이 2대0으로 이기는 것보다 독일이 7대0으로 이길 확률이 더 높다던 세계 축구계와 도박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독일은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에서 멕시코(1차전)과 한국(3차전)에 패하며 1승 2패를 기록, 16강 진출이 좌절되고 짐을 쌌다. 독일이 월드컵 본선 출전 역사상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1938년 이후 80년 만에 처음이다.
이 때문에 리네커의 어록도 바뀌었다. 리네커는 이날 경기 후 트위터에 "22명의 선수가 90분 동안 공을 쫓지만, 독일이 더는 늘 이기진 않는다. 예전 버전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라고 적었다
독일이 월드컵에서 한국에게 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3대2로 이겼고, 2002년 한일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둘 다 1점 차 진땀승이긴 했지만 월드컵이란 무대에서 한국에 한 번도 진 적은 없었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볼 점유율(30대70), 슈팅 11대26 등으로 지표상으론 밀렸지만 투지와 투혼으로 맞붙어 승리했다.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 최고의 경기라 하기에 손색이 없는 멋진 경기였다.
한국 대표팀은 경기 시작하자 마자부터 독일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그러나 전반 10분을 전후해서부터 밀리기 시작했고, 5분 후쯤 경기장을 찾은 수 만 명의 러시아 관중들은 일제히 경기장이 떠나갈 듯 ’코리아‘를 외치며 한국 대표팀에 힘 실어줬다.
한국의 협력 수비를 바탕으로 한 압박과 투혼 앞에 독일 자신들은 시간이 흘러도 독일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고, 독일 특유의 축구를 펼치지 못한 끝에 0대2로 패하며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첫 승을 마지막 독일전에서 기록하며 1승 2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이 2점 차로 독일을 이겼지만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위한 유일한 경우의 수의 조건 중 하나인 ‘독일 두 골 차 승리’는 달성했지만 나머지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16강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에서 남은 조건 하나가 바로 스웨덴이 멕시코에 지는 것이었다. 스웨덴을 이길 것이라고 믿었던 멕시코가 스웨덴에 0대3 참패를 당하면서 한국은 독일을 2대0으로 이기고도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 3차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꺾고 유종의 미를 거둔 한국 대표팀은 가벼운 마음으로 귀국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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