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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문화예술사업 취지와 수익률

문화부 한상갑 차장

한상갑 문화부 차장
한상갑 문화부 차장

지난 11일 본지 5면에 '대구동구문화재단 문무학 상임이사 돌연사퇴' 보도 후 대구 문화예술인들의 동구청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달았다.

6·13 지방선거로 새로 취임한 대구시 동구청장이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동구문화재단이 기획하고 준비 중인 하반기 공연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고, 문무학 동구문화재단 상임이사가 '일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상임이사직을 사퇴하자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동구청이 하반기로 예정된 공연 취소를 지시한 이유(공연 수익률 50%는 되어야 한다)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황당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문화예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구시의 한 직원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같은 대형 공연사업도 예산 25억~30억원에 입장료 수익은 5억~6억원에 불과하다. 눈앞의 경제논리로만 보자면 DIMF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구시가 지속적으로 DIMF를 지원하는 것은 시민들의 문화향유 권리를 보장하고, 향후 대구뮤지컬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당장의 경제논리만으로 문화 공연을 재단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을 공연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앙 문화부처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문화정책 관계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기획하는 대형 공연작품들의 수익률이 20% 안팎임에도 공연을 지속하는 것은 공연을 공공복지나 국민행복증진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치단체가 수익률로만 접근할 경우 공연단체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표값을 서너 배 올릴 수밖에 없고, 결국 문화예술작품은 부유한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각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재단과 다양한 공연전시 공간을 설립하는 이유가 '주민문화복지'를 위한 것인데, 오직 수익률을 따져 공연을 하라, 하지 마라 결정한다는 것은 문화예술사업의 근본 취지를 모르고 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아양아트센터의 한 관계자는 "동구청은 수익률을 문제 삼았지만, 문 전 상임이사의 공적 중 하나가 공연활성화, 흥행률 제고였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 예정돼 있던 공연 취소와 문무학 상임이사의 사퇴로 아양아트센터에서 공연기획, 행사 추진을 함께해 왔던 직원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한 직원은 "1년 동안 이사님과 내실 있는 공연을 위해 밤낮으로 일했고, 기획했던 공연도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들이었다"며 "하반기 대형 공연들의 전면 재검토 방침이 정해지면서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고 사무실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동구청의 하반기 공연취소 지시로 동구문화재단이 추진해온 동구 불로동 배경 창작 뮤지컬 '최계란 아리랑' '가을 가극 공연' 등 주요 사업들이 중단되면서 지역 음악계, 공연기획사들도 혼란에 빠졌다.

한 음악인은 "동구문화재단과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 테마, 출연 가수, 밴드 등 내용을 다 짜고, 출연진, 스태프 섭외까지 마쳤는데, 갑작스럽게 취소 통보를 받아 공연 관계자들의 일정이 엉망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동구청은 이번 사태로 사업의 '계속성 원칙' 무시, 주민문화복지 및 공공재로서 문화예술사업의 존재 이유 훼손 등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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