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계파·진영논리 적당히 안 넘어가…많은 분야 바꾸겠다"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 체제 출범…만장일치 추인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대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가 1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인사를 마치고 손잡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전국위원회가 17일 김병준 국민대학교 명예교수를 '위기탈출 선장'으로 만장일치 추인했다. 6·13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에 빠진 한국당은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설 전망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의결 뒤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 속에서 그것과 싸우다가 죽어서 거름이 되면 큰 영광"이라며 "현실 정치를 인정한다는 미명 하에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거나 적당히 넘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아무런 힘이 없고 계파가 없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 아니니 공천권도 없다"면서도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지탄, 그러면서도 아직 놓지 않은 한 가닥 희망이 저에겐 힘 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비대위가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남은 선거기간을 생각하면 공천권을 행사하기가 힘들게 돼 있다"면서도 혁신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무엇을 '관리'라고 하고 무엇을 '혁신'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당의 많은 분야를 아주 많이 바꾸는 것"이라며 "그렇게 생각하면 혁신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권한에 대해서는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 대표로서의 권한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당대회 시점과 관련해서는 내년까지도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비대위가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친문 그룹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 말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그것은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라고 방어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참여정부 당시 정책실장, 교육부총리를 지내며 '참여정부 핵심브레인' '노무현의 책사'로 불린 민주·진보진영 인사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 선정에 대해 "당내 여러분과 상의해 구체화되면 이야기하겠다"며 "일주일 안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다음주쯤 위원을 선임하고 본격적으로 혁신비대위를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비대위 역할을 두고 당내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상태여서 의견 조율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날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우리 당이 적폐세력으로 몰리면서 당내에서 '지난 일을 반성하고 정체성을 새롭게 잡아야 한다'는 입장과 '공과를 따져서 바꿀 건 바꾸고 계승할 것은 계승하자'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며 "당의 정체성을 어느 선까지 손볼지 모르지만 김 위원장이 아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당이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연 전국위에는 전국위원 총 631명 중 363명(참석률 57.5%)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 11시 10분쯤부터 열린 전국위는 최종 추인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