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해병대 헬기 사고 수습, 세월호 참사 닮아가나

해병대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 추락 사고와 관련해 청와대, 국방부, 군부대의 수습 과정이 엉망진창이다. 어이없는 사고로 해병대원 5명이 사망했음에도, 청와대는 오히려 ‘수리온’ 헬기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망언’을 했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국방부와 군 당국은 현장 비공개는 물론이고 상세한 브리핑조차 하지 않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이 고의인지, 무지의 소산인지 알 수 없지만,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

국방부와 군 당국이 사고 관련 브리핑을 별다른 이유 없이 취소한 것부터 문제다. 군 당국은 18일로 예정했던 브리핑을 취소한 뒤 입을 다물고 있는 바람에 온갖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마린온’ 추락 과정에 무슨 대단한 군사 기밀이 숨어 있는지 모르겠으나, 사고를 은폐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유족들이 “군이 자꾸만 덮으려고 한다. 국방부의 사고 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군의 은폐 행위가 노골적이고 치졸하다. 유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사고 직후 사단장도 찾아오지 않았고, 유족끼리 떼어놓아 만날 수도 없었다”고 했다니 어이가 없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사고 직후 “우리의 ‘수리온’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니 도대체 제정신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수리온이 아무리 국산 최초의 헬기이고 수출 계획까지 있다고 해도, 해병대원들의 주검 앞에서 그런 소리를 해야 했는지, 발언의 배경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아직도 사고 수습에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세월호 참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알 수 없다. 이번에 나타난 조직적 은폐, 책임 회피, 유족 무시, 청와대 개입설 등은 세월호 참사의 축소판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청와대와 국방부, 군은 국민 앞에 모든 것을 공개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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