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종문의 한시산책]산을 내려가는 아이를 보내며[送童子下山(송동자하산)] 김지장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종문 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산을 내려가는 아이를 보내며[送童子下山(송동자하산)] 김지장

 

절집이 적막함에 너는 집이 그리워져 空門寂寞汝思家(공문적막여사가)

나에게 절을 하고 구화산을 내려가네 禮別雲房下九華(예별운방하구화)

대나무 울을 향해 죽마 타기 좋아했고 愛向竹欄騎竹馬(애향죽란기죽마)

절집에서 금모래를 모으는 덴 게을렀지 懶於金地聚金沙(나어금지취금사)

시내 밑 물 길으며 달을 부를 일도 없고 添甁澗底休招月(첨병간저휴초월)

사발에 차 우리며 꽃놀이도 이제 그만 烹茗甌中罷弄花(팽명구중파농화)

잘 가게, 부질없이 자꾸 울고 있지 말고 好去不須頻下淚(호거불수빈하루)

나는야 안개와 놀, 저 자연이 있잖은가 老僧相伴有烟霞(노승상반유연하)

 

중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한국 사람은 누구일까? 신라의 왕자로 바다를 건너가, 평생 수도했던 구화산(九華山)을 중국 지장신앙의 메카로 승화시켜놓은 김지장(金地藏: 696?-794?) 스님이 바로 그가 아닐까 싶다. 김지장은 지옥에 떨어진 중생들을 모두 구제하기 위하여 자신의 성불을 포기했다는 지장보살의 화신(化身)으로, 중국 4대 불교 성지의 하나인 구화산에 가부좌를 틀고 계시면서 해마다 수 백 만 명의 참배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그의 입적일인 7월 30일에는 구화산 일대가 참배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하니, 그 보다 힘센 한국 사람이 달리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김지장은 딱 2편의 한시만을 후세에 남겨놓은 시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마솥의 국을 다 먹어봐야 국 맛을 아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절집 생활을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는 아이에게 지어 준 위의 작품 하나만 봐도 국 맛을 아는 데 부족함이 없다. 보다시피 이 작품에는 죽마 타고 노는 것은 좋아했지만, 진리탐구에는 게을렀던 한 동자승이 등장한다. 이제 물을 긷고 차를 우리는 동자승 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하산을 하려는 그 아이는 노스님과 헤어지지 못하여 자꾸만 흑흑 흐느껴 운다. 그런 아이에게 노스님은 ‘나에게는 안개와 노을이 있으니, 내 걱정 말고 어서 가라’고 손짓을 한다. 사제 간의 애틋한 정이 그 무슨 밀물처럼 짠하게 밀려오는 대목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참을 내려가다 되돌아보면 스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어서 가라고 손짓을 하는 스님의 오른손의 그 손짓만이 흰 구름 더미 속에 두둥실 떠 있지 않을까 싶다. (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대구의 '첫 여성 단체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의 경제적 문제를 해...
이달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 전쟁의 여파로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 1,500...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의식 불명 상태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지연되고 있으며, A씨는 범행 후 전자발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살해하겠다고 공언했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