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환! 추억의 TV] <1>대한전선TV로 보던 철인28호

홍사흠 혼다 대구지점장
홍사흠 혼다 대구지점장

아버지가 은행원이었고 미군부대(대구 남구 캠프헨리, 캠프워커) 인근에 살아 일명 '외제'(외국산 물건)를 일찍 접할 수 있었던 자칭타칭 '금수저' 홍사흠 씨(혼다 대구지점장)가 브라운관TV보다 먼저 멸종에 이른 진공관TV를 소환합니다. 그 안에서 펼쳐진 1960, 1970년대 추억의 만화(애니메이션), 드라마, 외화 등을 소개합니다.

앞서 홍 씨는 양은지 씨(문화관광대구경북협동조합 이사장)와 함께 지난해 매일신문에 '아! 옛날이여'라는 제목으로 1980년대 대구지도 및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습니다. 그 후속편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삽화는 강지윤 작가가 맡았습니다.

삽화를 맡은 강지윤 작가
삽화를 맡은 강지윤 작가

목차

<1>대한전선TV로 보던 철인28호

<2>하늘을 날던 아톰과 황금박쥐

<3>한국 사람 드라마 애호 유전자 만들어 준 전설의고향과 여로

<4>그때도 수사물이 인기였다, 수사반장

<5>황금시간대 꿰찬 요즘 예능의 조상님, 웃으면 복이와요

<6>그때 그시절 외화 -1-

<7>그때 그시절 외화 -2-

대한전선 TV. 온라인 커뮤니티
대한전선 TV. 온라인 커뮤니티
대한전선 TV 신문광고. 매일신문DB
대한전선 TV 신문광고. 매일신문DB

<1>대한전선TV로 보던 철인28호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TV가 있는 집은 많지 않았습니다. 도시라면 몇 집에 1곳, 시골이라면 마을에 1곳정도였달까요.

TV없는 집 친구는 만화 같은 재미있는 프로그램 방영 시간이 임박하면 한몫 낄 요량으로 TV있는 집 친구를 향해 "아무개야 놀자"라고 외쳤습니다. 담 넘어 들려오는 이 소리를 듣고 TV있는 집 친구는 "안 논~다!" 그러곤 했는데, 이게 어린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을 그 친구는 몰랐겠지요.

물론 대안은 있었습니다. 만화방에 가서 만화 몇 권을 보면 주인이 비닐장판 딱지로 만든 비표를 줬습니다. 바로 만화방에 있는 TV를 볼 수 있는 입장권이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아이들은 이 비표를 내고 만화방 커튼 안쪽 나무의자에 쪼로미 앉았습니다. 그 앞에는 TV가 있었습니다. 만화책으로 가득한 만화방에서 보는 TV 속 만화. 그 당시 아이들에게는 꽤 황홀한 풍경입니다.

삽화 강지윤 작가
삽화 강지윤 작가
삽화 강지윤 작가
삽화 강지윤 작가

▶집에 TV가 있다면 대한전선TV가 대다수였습니다. TV를 탑재한 다리 달린 TV장, 그리고 자바라가 달린 문이 특징이었습니다.

일본 모토로라TV 등 외제TV도 있었습니다. 인근 미군부대 PX에서 흘러나온 게 적잖았습니다. 대한전선TV와 달리 다리 달린 TV장은 없었습니다.

당시 TV는 진공관TV였습니다. 그래서 진공관에서 열이 나면 한번씩 식혀가며 TV를 봐야했습니다.

꼭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면 TV 화면이 '지지직'거리기 일쑤였습니다. 만화 '철인 28호'를 볼 때 그랬습니다.

달아오른 진공관 말고도 TV 시청을 방해하는 요소는 더 있었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부족 탓에 정전이 되거나, 방송국의 사정이 열악해 방송 송출이 멈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방송국 사정으로 송출이 중단됐을 때는 이런 화면이 떴습니다. '공구'(고치고 있다는 의미)를 든 토끼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라는 자막이 흘러나왔습니다. 지금이야 추억의 한 장면이지만, 그때 어린 마음은 숯검댕이가 됐습니다.

삽화 강지윤 작가
삽화 강지윤 작가

▶어린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만화는 '철인28호'입니다.

커서 알고 보니, 만화 사상 처음으로 인간형 거대 로봇이 주역으로 등장한 작품이라고 합다. 마징가Z가 일본 로봇 만화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에서는 철인28호가 인간형 거대 로봇의 시초이자 대표격으로 언급됩니다.

철인28호는 국내에서는 1971년 KBS에서 첫 방영됐습니다. 저는 열렬한 애청자였지요. 주제가를 맨날 따라 불러서 가사를 지금도 완벽하게 기억하니까요.

'하~늘을 주름잡아 뛰고 날으는 우주의 왕자 철인 28호~ 재치꾼 똘똘이 과학소년 똘똘이 똘똘이의 재치에 날랜 솜씨에~ 철인은 무적이다! 정복 뿐이다아~ 하늘을 주름잡아 뛰고 날으는 우주의 와앙자! 철인 28호~오~~~~.'

철인28호의 특징이자 약점은 바로 철인28호가 리모컨으로 작동하는 로봇이었다는 점입니다. 악당에게 리모컨을 빼앗기면 '우째' 되는지 상상이 가시나요? 그때 철인28호를 봤던 또래들은 알 겁니다. 속이 '디비'졌습니다.

아무튼, 저처럼 철인28호를 평생의 추억으로 삼은 사람들이 많은가 봅니다. 철인28호는 1963년 첫 애니메이션이 나온 후 여러 버전으로 재탄생됐고, 2005년에는 실사판 영화도 개봉했습니다. 또한 3D 버전 애니메이션도 계획돼 있다고 합니다.

철인28호(애니메이션 기준)의 올해 나이는 55세입니다. 그때 그시절 철인28호를 봤던 또래들도 지금 비슷한 나이가 됐습니다. 모두가 아직 '한창'입니다.

철인28호 1963년 흑백 버전 원작. 영상 캡처
철인28호 1963년 흑백 버전 원작. 영상 캡처
철인28호 프라모델 박스 표지.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철인28호 프라모델 박스 표지.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철인28호 실사판 일본 영화, 2005년작. 네이버 영화
철인28호 실사판 일본 영화, 2005년작. 네이버 영화

도움말 홍사흠 혼다 대구지점장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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