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여왕의 탈세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여왕의 거액 탈세, 어째 이런 일이?'

1959년 19세에 부른 '열아홉 순정'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국민가수'이자 '비가(悲歌·엘레지)의 여왕'으로 군림하며 쌓은 이미자의 명성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그것도 오랜 세월 함께했던 주변인의 제보로 그랬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미자의 시작과 추락을 대구경북과의 인연에 따지면 더욱 그렇다.

1941년 태어나 1957년 여고시절, 방송사 노래자랑 1위 차지 등 한가락 했던 그였다. 이듬해 '무명초' 노래 첫 취입으로 시작된 노래 인생은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정식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열아홉 순정'은 경북 김천고 출신 작곡가 나화랑의 곡으로, 이미자의 공식 첫 곡이었고 '무너진 사랑탑' 등으로 인연은 이어졌다.

그런 이미자가 올해 가수 생활 60년을 맞아 최근 서울 반포세무서와의 소송에서 지난 10년간 44억5천만원의 소득 신고 누락이 들통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이런 소득 탈루 폭로가 대구에서 시작됐다. 2003년 대구 설립 공연기획 법인의 2016년 8월 대구국세청 제보가 계기였으니 대구경북과 꼬인 기연(奇緣)이 아닐 수 없다.

세무서가 19억9천만원의 종합소득세를 고지하자 소송했으나 패소로 끝나 60년 세월 무려 2천70여 곡(2015년 기준) 노래로 애환을 함께 누린 국민은 뒷맛이 개운할 수 없게 됐다. 이제 고희(古稀·70세)도 지났으니 노래를 멈추는 날 받을 노래 인생의 '빛나는 졸업장'을 눈앞에 두고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으니 스스로도 오죽할까?

이혼의 아픔 등을 겪으며 60년 노래 세월 속에 노래 하나로 온 국민과 소통했던 전무후무할 '전설'의 가수였기에 세금 탈루 소식은 여러 생각 거리를 던져줄 만하다. 세금 대신 아들에게 약 20억원 현금을 준 것을 보니 세금은 아깝고 자식 앞날은 걱정이었을 터이고, 주변 사람 제보로 들통났으니 배신감에 속은 상했을 터이고….

같은 말과 행동도 사람에 따라 믿거나, 의심하기 마련이다. 한 알의 이슬을 소는 우유로, 뱀은 독으로 내놓듯, 이미자 탈세도 그여서 더욱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이라니 씁쓸할 뿐이다. 아, 자식이여, 돈이여, 세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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