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연금 본질은 외면한 채 왜 틈만 나면 깎고 늦추려드나

국민연금 제도 개혁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당초 2060년쯤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봤으나 이대로라면 3년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보험료 인상안을 비롯해 연금 의무납입 연령을 65세로 5년 늘리고, 연금 수령 시기도 65세에서 68세로 더 늦추는 등 여러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17일로 예정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공청회가 그 시작이다.

정부는 1988년 제도 도입 당시 설계된 '저부담-고급여' 체계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자 그동안 국민연금을 두 차례 손봤다. 1998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춘 데 이어 2007년에는 이를 더 줄여 40% (2028년까지)로 낮췄다. 연금을 받는 연령도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

두 차례의 개혁에도 연금에 구멍이 생길 공산이 커지자 또다시 제도 개선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연금 개혁 소식에 가입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60세 정년까지 일하기도 어려운데 5년 더 보험료를 내라니 걱정이 앞서서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급 시기를 68세로 더 늦춘다는 것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논란이 커지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12일 입장문을 내고 "확정된 정부안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확정 여부를 떠나 정부가 국민연금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몇 년 걸러 '땜질'만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매년 수조원씩 세금으로 메워주는 군인·공무원·사학연금과 달리 국가의 국민연금 기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말로는 공적연금인데 왜 '용돈 연금'으로 불리는지 굳이 설명해야 하나.

국민연금은 국민 개개인의 안정된 미래와 복지를 위해 출발한 제도다. 도입 취지나 목적에 걸맞은 정부 역할은 외면하고 틈만 나면 칼을 들이대는 걸 곱게 볼 국민은 없다. 물론 연금 정상화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제도 개혁은 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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