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비사막마라톤<250㎞> 꼴찌로 완주! 기부 약속도 지켰죠"

대구대 문헌정보학과 김태환 씨
몽골서 6박 7일 험난한 코스
인대 염증과 풀독 올라 고생
청소년회복센터에 후원금

대구대학교 문헌정보학과 2학년 김태환 씨가 몽골 고비사막마라톤대회 완주 후 기념메달을 받고 있다. 대구대 제공
대구대학교 문헌정보학과 2학년 김태환 씨가 몽골 고비사막마라톤대회 완주 후 기념메달을 받고 있다. 대구대 제공

지역의 한 대학생이 극한의 사막마라톤대회를 완주하고, 참가 전 모은 후원금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훈훈한 감동을 낳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구대학교 문헌정보학과 2학년 김태환(24) 씨.

그가 출전한 고비사막마라톤대회는 사하라사막마라톤, 아타카마사막마라톤, 남극마라톤과 함께 세계 4대 극한마라톤대회로 꼽힌다.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몽골 고비사막에서 진행된 이 대회는 세계 각지에서 온 232명이 참가했다.

사막과 산악지대, 초원, 강으로 구성된 250㎞의 험난한 코스다. 참가자들은 6박 7일간 식량, 침낭, 장비 등을 넣은 배낭을 메고 하루 9ℓ의 물만 제공되는 극한의 조건에서 달려야 한다.

김 씨는 대회 마지막 날 완주자 216명 중 마지막 주자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대회 둘째 날부터 악화된 다리 인대 염증과 풀독으로 부어오른 다리를 이끌고 끝내 완주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극한의 레이스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기쁨도 크지만, 내심 지키지 못할까 봐 걱정했던 기부 공약을 완수할 수 있어서 더욱 기뻤다"고 했다.

앞서 김 씨는 대회에 참가하기 전 소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통해 기부 공약을 밝혔다. 극한 마라톤대회 참가를 통해 후원금을 '청소년회복센터'에 기부한다는 것. 청소년회복센터는 소년법상 감호위탁 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을 보호·양육하는 사법형 그룹홈(대안가정)이다. 김 씨의 기부 프로젝트에 68명의 후원자가 뜻을 모았고, 총 256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이렇듯 그가 청소년회복센터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어릴 적 겪었던 시련과 무관치 않다. 부친의 사업 파산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골종양 판정을 받아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채권자를 피해 이사를 자주 다니는 등 청소년기에 원망과 분노가 컸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바람대로 마음을 다잡고 검정고시를 통해 초,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 이후 고교에 진학했고, 지난 2013년 대구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생이 되고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청소년회복센터를 알게 되었고, 지속적인 후원으로 이어졌다.

김 씨는 "청소년회복센터에 경제적인 후원을 했지만, 오히려 내가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면서 "이번 고비사막마라톤 완주가 제 삶에 있어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준 것처럼, 지금 어려운 시기에 있는 많은 청소년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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