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감전사고 당한 대구 소방대원에게 성금 4천여만원 전달 '훈훈'

수성소방서ㆍ대구소방안전본부 모금 활동 벌여
수성서 의용소방대원도 동참

배용래 대구 수성소방서장(앞줄 왼쪽)이 지난달 25일 화재를 진압하다 사고를 당한 정석후 소방장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대구 수성소방서 제공.
배용래 대구 수성소방서장(앞줄 왼쪽)이 지난달 25일 화재를 진압하다 사고를 당한 정석후 소방장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 대구 수성소방서 제공.

화재 진압 중 중상을 입은 대원을 돕고자 동료 소방관들과 의용소방대가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6월 20일 오전 9시쯤 대구 수성소방서 범물119안전센터 소속 정석후(37) 소방장은 지산동 한 식당 철거 현장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곧바로 화재 진압에 나선 정 소방장은 불이 시작된 식당 배전반에 접근하다가 2만3천 볼트의 전기에 감전됐다. 함께 출동했던 소방관은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 소방장이 튕겨져 나갔다"고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로 정 소방장은 오른팔과 손, 왼쪽 어깨와 양쪽 무릎 등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완치까지 3개월 이상이 걸리고, 수술도 5차례 이상 거듭해야하는 중상이었다.

특히 오른쪽 엄지손가락은 치료를 해도 완치가 힘든 상태다. 부상을 입은 지 두달이 지났지만 정 소방장은 아직 사고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동료들은 앞다퉈 정 소방장 돕기에 나섰다. 배용래 수성소방서장의 제안으로 직원들이 성금 모금에 동참했고, 직원 290명이 1천64만5천원을 모았다.

성금 모금 소식은 대구소방안전본부 전체로 번졌다. 소속 직원 2천47명이 닷새간 뜻을 모아 2천929만원을 모금했다.

정 소방장에게서 업무를 배웠다는 수성소방서 류혜민(25) 소방사는 "평소에도 늘 열정적으로 근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배"라며 "본인이 많이 다쳤는데도 오히려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수성소방서 의용소방대도 정 소방장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이일봉 의용소방대장을 비롯한 의용소방대원 250여명은 열흘 간 모금 활동을 벌여 250만원을 모아 정 소방장에게 전달했다.

이일봉 의용소방대장은 "어린 두 딸을 둔 젊은 직원이 다쳤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며 "같은 소방 가족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다"고 했다.

이 같은 성원에 대해 정 소방장은 "많은 분들이 신경을 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하루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현장으로 복귀하겠다"고 웃었다.

성공적인 모금 소식에 이창화 대구소방안전본부장은 "동료의 부상이 남의 일이 아닌 본인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이번 사고는 직원들이 다시 한번 한마음으로 뭉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대구 수성소방서 의용소방대(왼쪽부터 이붕희 남성의용소방대 부대장, 이분희 여성의용소방대 대장, 이일봉 의용소방대장)가 지난 13일 배용래 수성소방서장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있다. 대구 수성소방서 제공
대구 수성소방서 의용소방대(왼쪽부터 이붕희 남성의용소방대 부대장, 이분희 여성의용소방대 대장, 이일봉 의용소방대장)가 지난 13일 배용래 수성소방서장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있다. 대구 수성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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