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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험한 세상, '연극처럼 생각하기'

조정웅 극단 마인 대표

어느 때 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분노조절 장애'라는 단어가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조절 장애를 앓고 있고, 또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의학 용어로는 '외상 후 격분장애'인데 우울증, 불안증이 비슷한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조정웅 극단 마인 대표
조정웅 극단 마인 대표

분노조절 장애는 정신적 고통 혹은 충격을 겪지 않고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사회에 대하여 모멸감, 좌절감, 무력감을 느끼는 시대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난주 칼럼에서 언급했던 '가면'의 한계가 다 했을지도 모른다.

연극 연출을 하다보면, 출연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 한 부분이 '감정의 통제'. 무대에 서는 배우는 자기 감정을 통제할 수 있어야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극에서 살인을 하는 장면이 있다고 해서, 실제 살인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떤 관객이 안전하게 연극을 볼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우리는 안전이 보장되어 있기에 연극을 보며 웃고 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에게는 '감정의 통제'가 더더욱 필요하다.

사실 감정이라는 것은 만들어 낼 수 없는 요소다. 순간적인 자극과 생각들이 모여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오죽하면 뇌과학자들도 감정이란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아직까지 못찾아 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감정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나의 해법은 '연극처럼 생각하기'다. 연극은 극의 형태를 한 예술이다. 또한 체험의 예술이기도 하다. 감정의 통제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때에는, 이 모든 상황이 연극이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처럼 말이다. 사실 이와 같은 방법은 현재 쓰여지고 있는 기법 중 하나이다. 한국예술인 복지재단에서도 여러 연극인들을 기업으로 파견해 연극수업을 하고 있다. 앞서 말한 '연극처럼 생각하기'가 직장 내 동료 혹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감정의 통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선의의 관계가 무너지고, 감정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하여 상상하지도 못한 충격적이고, 끔찍한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살아간다. 사람들이 격분하는 경우가 잦은 시대다. 이 험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사회라는 연극 무대 위에서 어떤 특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렇다면 감정통제가 불가능한 어떤 상황에서도 '상황극' 쯤으로 여기며, 조금 덜 분노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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