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마에스토로의 필요성과 그 힘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악기도 하나 지니지 않은 채, 넓은 무대의 정중앙에서 얇은 봉 하나만을 움직이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 지휘자 없이는 연주가 불가능할까. 정확히 언제부터 지휘자가 생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등장은 약 17세기 쯤으로 추정된다.

작은 앙상블의 연주라면 연주자간에 긴밀히 눈빛과 서로의 몸짓을 교류하는 것으로 음악의 호흡을 맞추어 나갈 수 있다. 처음엔 바이올린 수석 등 연주 구성원 중의 대표자가 음악을 이끄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휘자의 등장배경은 연주자가 많아지면서 더 이상은 한 사람이 연주와 전체를 리드하는 역할을 동시에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이다.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의 크기는 목관악기의 개수로 가늠한다. 총 인원수가 50명 미만일 경우 '챔버 오케스트라'라고하며, 2관 또는 4관 편성인가에 따라 일반적으로 80~100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극단적인 예로 말러의 '천인교향곡' 연주실황을 보면, '지휘자가 없이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와닿을 것이다. 100명의 연주자가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여러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전체를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 통솔하는 지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휘자는 기본적으로 곡의 템포와 박자를 통일시켜야 한다. 더불어 각각의 악기들이 마치 하나의 악기가 울리는 것처럼 고루 사운드를 조절하고, 음악의 전체적인 흐름 또한 선도해야 한다. 카리스마도 필요하지만 독재자처럼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서는 안된다. 리더의 카리스마 그 내면에는 지휘자의 뛰어난 곡 해석 능력이 먼저 검증되어야만 하고,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와 동의가 이뤄져야 하기에 연주자를 설득할 때에는 적절한 논리성이 바탕되어야 할 것이다. 합창지휘 같은 경우에는 손으로만 지휘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케스트라는 많은 인원과 넓은 공간을 차지하므로 지휘봉을 사용하여 지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휘자와 관련해 흥미로운 얘기도 하나 덧붙인다. 지휘봉으로 인해 죽게 된 지휘자가 있다. 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궁정 음악가이자 작곡가인 륄리. 그는 금속재로 만든 무거운 지휘봉을 바닥에 두드리며, 오케스트라 음악을 정리하곤 했다. 한번은 음악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르자 포르테시모를 이끌고자 혼신의 힘으로 바닥을 두드렸고, 자신의 오른발을 때리고 말았다. 결국 그 상처로 들어온 세균 때문에 패혈증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의 지휘봉은 나무나 유리 섬유로 만들어져 보다 안전하다. 지휘자의 지위는 갈수록 높아져, 우리는 명 지휘자를 존칭하여 '마에스트로'(장인)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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