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화 총기 참사, 경찰의 안일함이 부른 인재

총기 피해자, 사건 발생 전에 진술서까지 쓰며 경찰에 호소
도끼에 총까지 들고 협박

'봉화 총기 난사' 70대 남성, 엽총 출고 장면 입수

21일 봉화군 소천면에서 발생한 엽총 참극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 때문이란 지적이 높다. 총기 피해자들은 앞서 경찰에 범인 김모(77) 씨가 총기 등으로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경찰이 만든 인재'라는 비난를 사고 있다.

이날 사건 피해자 중 유일하게 살아 남은 A(48) 씨와 그의 아내 B(51) 씨에 따르면 2016년 10월 이곳으로 귀농한 뒤 최근까지 김 씨와 마찰이 있었고, 급기야 도끼와 총을 가지고 와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B씨는 "어느 날 도끼를 들고 와선 '물이 안 나온다'며 다 죽인다고 협박을 했다"며 "이후 아침마다 총소리가 들렸고 얼마 뒤에는 총을 들고 찾아와 위협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위협을 느낀 이들 부부는 경찰서를 찾아가 진술서까지 쓰며 김 씨의 총기를 압수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경찰은 일정 기간 김 씨의 총기를 압수했지만 지난달 다시 김 씨에게 총기를 내 줬다는 것.

B씨는 "김 씨가 다시 총기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경찰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총기를 압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외면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후 김 씨가 내는 총성은 계속 됐고 이들 부부에 대한 위협의 강도도 더욱 심해졌다는 게 B씨의 얘기다. 그는 "'남편을 죽이겠다', '담당 공무원을 죽이겠다'며 총구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국 이 사단이 났다"며 "남편도 다쳤지만 우리 부부는 고인이 된 공무원 분들께 너무 안타깝고 죄송스럽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웃 주민 등을 상대로 '총으로 쏴 죽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해 사실 여부를 조사했지만 증거가 부족했고 이달 3일 A씨 부부도 진정을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사건 당일 경찰의 대처도 미흡해 사고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이 1차 범행 장소로 출동하는 동안 피의자 김 씨의 2차 범행이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김 씨의 행적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경찰은 예상되는 2차 범행에 대한 대처 없이 1차 범행 장소로 모든 인력을 출동시켜 2차 범행에 대해 손을 쓸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9시 32분쯤 신고를 받고 경찰 20여 명을 투입해 현장으로 출동했다. 하지만 경찰이 1차 범행장소 출동하던 같은 시각 2차 범행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에서 1차 범행장소까지 가는 데 수십분의 시간이 걸린다"며 "출동하던 중 피의자와 길이 엇갈려 2차 범행이 발생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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