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으로 UN에 제출한 문서
'양측이 금년 중 종전선언 합의' 명시
문대통령 '금년 내 목표' 발언과 딴판
불분명한 문서로 비준 요구는 억지
우리 정부와 북한이 지난 6일 유엔에 공동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는 선언문 3조 3항이다.
종전선언과 관련, 우리 정부는 '남북한은 금년 내에 종전선언을 하기 위하여 (with a view to declaring an end to the War) 3자 혹은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키로 합의하였다(South and North Korea agreed to actively pursue…)'로 번역하였다. 즉, 종전선언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및 평화체제 구축과 함께 3자 회담 혹은 4자 회담 개최를 통하여 적극 추진할 대상으로 보았다. 그러나 남북이 공동으로 유엔에 제출한 문서에는 '양측이 금년 중 종전선언에 합의하였다'(The two sides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고 하여, 금년 중 종전선언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번역되어 있다. 이는 지난 4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측 영문본과 정확히 일치한다.
통상 우리나라가 조약을 체결할 경우, 상대국이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할 때는 한국어본과 영어본 두 언어본을 준비하고, 영어 이외 언어를 사용할 경우에는 상대국 언어본과 한국어본, 그리고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국제 공용어인 영어본, 이렇게 3개 언어본을 보통 작성한다. 그리고 해석에 차이가 있을 경우, 어떤 언어본이 우선한다는 언어조항을 반드시 넣는다. 영어 이외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와 조약을 체결할 경우, 영어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조약문은 영어로 먼저 작성한 후, 각각 자국어로 번역을 한다. 따라서 '해석에 차이가 있을 경우 영어본을 따른다'고 규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의 경우, 협상도 우리말로 하였고, 선언문도 한글로 작성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에 해석에 이견이 생겼으며, 이 해석상 이견에 대하여 유엔에 제출한 영어 번역문이 유권해석을 해주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그것도 북한의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식으로 말이다.
정부 측은 유엔에 제출한 문서는 단순 번역본에 불과하다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인이 보는 것은 한글본이 아닌 영어본이며, 그것도 유엔 문서로 회람되었을 때 그 문서가 갖는 공신력은 더욱 커진다. 따라서 동 선언문을 유엔 문서로 회람하고자 했다면 영문본에 대한 협상이나 공표도 선언문과 함께 이루어졌어야 마땅하다.
또한 정부가 의도하는 바가 '금년 내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유엔 제출 영어본 표현대로라면, '종전선언 등은 남북만이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 3자 또는 4자 회담을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 했던 통일부 대변인의 말이나 '금년 내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진의는 무엇인지도 밝혀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판문점선언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조속한 동의를 주장하며 야당을 압박 중이다. 그러나 종전선언과 같은 핵심적 사항에 대하여 합의사항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한 문서를 내밀며, 동의를 하라는 것도 억지 춘향이다. 나아가 판문점 선언은 북한이 국가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체결 절차, 형식, 내용 등 모든 면에서 조약으로서 필요한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서명과 동시에 발효한다'든지, 혹은 '상호 간 비준서를 교환할 때 발효한다'든지 하는 조약에는 필수적인 발효 조항도 없으니, 비준 근거는 더더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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