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과 탈취 효과가 있는 커피 찌꺼기를 재가공해 고양이 배변용 모래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사회적 기업 새로이. 수익보다 환경보호에 더 관심이 많은 김 대표를 만나봤다. 새로이 김영민 대표에게 사업 시작 계기를 묻자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커피 매장에서 쉽게 버려지는 커피찌꺼기, 일회용 컵.
과연 쓸모가 다해 버려지는 것일까요?"
-새로이 김영민 대표
김 대표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카페에 몸담을 기회가 많았다. 하루는 커피 매장에서 일하다 허리 높이까지 쌓인 커피 찌꺼기와 방대한 양의 플라스틱 컵이 분리수거함에 위태롭게 걸친 장면을 목격했다. '과연 저들이, 쓸모가 다해 버려지는 것일까?' 무거운 돌이 심장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최근 김 대표는 버려진 플라스틱 컵을 활용한 식물꾸러미(키트) 상용화 연구도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여러 가지 비커가 나뒹굴고 중대형 기계가 가동되고 있는 사무실은 흡사 대학 실험실을 닮았다. 설핏 봐도 어려움이 느껴지는데, 김 대표가 굳이 남들이 피해간 험로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사실, 신소재를 개발한다는 게 정말 어렵긴 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은데, 가능성을 알기에 포기할 수가 없어요. 많은 사람에게 좁은 길을 걷더라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고요. '사회에 보탬을 주면서도 돈을 벌 수 있구나.'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있죠."
편리와 효용을 계단 삼아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사업의 본류라면 새로이는 분명 그 길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

◆벚꽃 나무와 곤충, 반려견
현재 모습은 결국 과거에 원인이 있기 마련. 카페에서 경험이 '새로이'를 창설하게 한 직접적 이유라면,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지키려는 그의 선한 가치관은 아마 유년 시절 어떤 모습에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부모님은 맞벌이로, 형은 학업으로 늘 바빴다'고 회고하던 그는 2초간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가족과 단란하게 대화하기보다 혼자 빈 집을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어요. 집 뒤편 벚나무 아래 앉아 하늘을 감상하는 시간이 많았고, 지나가는 곤충과 당시 키우던 반려견이 유일한 친구였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연과 친해졌죠."
김 대표가 지구를 위해 노력하는 건, 그때 자연에서 받았던 위로를 돌려주려는 마음에서 비롯하지 않았을까. 자연과 동물을 오랜 벗으로 추억하는 그에게 지구는 당연히 지키고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 그 이상이다.

◆카페, 지구지킴이 되다
'지구지킴이'란 음식을 남기지 않고 일회용을 쓰지 않는 김 대표 생활을 보며 지인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렇다면 사업가가 아니라, 지구에 발 딛고 사는 주인으로서 사회에 바라는 모습도 분명 있을 텐데.
"카페가 지구지킴이가 되는 거예요. 요즘 카페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이 쉽게 찾는 곳이잖아요. 서점과 영화관, 작품 전시장 역할도 카페가 하고 있고요. 이런 곳에서 환경 보호의 중요성과 지구에 대한 주인 의식을 함께 나눈다면 모든 이가 기꺼이 받아드리겠죠. 그렇게 된다면 지구가 지금보다 훨씬 덜, 아프지 않을까요? 우리 사회가 아름다워지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요."
머지않은 미래에, 카페가 자원선순환 가치를 실천하는 대표 공간으로 새로이 거듭나기를 꼭 바란다며, 김 대표는 인터뷰를 매듭지었다.
카페를 찾는 모든 이가 지구지킴이가 되어 텀블러를 손에 들고 '지구 지키는 방법'을 골똘히 연구하는 모습을, 나 역시 상상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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