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없던 시절 포항 사람들은 주로 북포항우체국 앞에서 만났다고 한다. 대구 동성로의 대구백화점 앞이나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앞처럼 친구나 연인들을 기다리는 만남의 장소였다. 벽돌로 단단하게 쌓은 외관은 주위의 다른 상가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요즘처럼 하늘이 시리도록 맑고 푸른 날이면 우체국의 이미지는 윤도현의 서정적인 노래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떠올리게 한다.
북포항우체국은 옛 포항역과 육거리 사이 중앙상가에 있다. 이 지역은 포항의 옛 중심지로 젊음과 활기가 넘쳤으나 2006년 이곳에 있던 포항시청이 옮겨가면서 쇠락했다. 옛 추억을 간직한 채 상인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다가 지난해와 올해에 구도심인 중앙동과 신흥동이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로 잇따라 선정돼 기대가 부풀고 있다. 과거 해수욕장이 있어 인기 여름 휴양지였던 송도지역도 재생에 나서게 됐다. 또 지난해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흥해지역은 특별도시재생 사업지가 돼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게 됐다.
중앙동 사업은 유휴시설과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청년 창업과 문화예술 허브 및 스마트 시티를 조성하기로 했다.
신흥동에는 순환형 임대주택과 주민편의시설 조성, 마을기업협동조합 설립 지원 등을 통해 동네 공동체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송도지역은 차별화된 경제기반형 사업으로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ICT 기반 해양산업 플랫폼' 조성, 첨단 해양레포츠 활성화, 해양 MICE 산업지구 조성, 복합문화예술관광 특화지구 조성 등 상전벽해 수준의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
포항시는 풍부한 해양 자원과 전통문화, 산업화를 주도했던 경험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민과 소통하면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포항시의 자세는 모범답안이 될 것이나 실제로 그렇게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재생 사업이 단순한 도시발전 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항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항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별다른 침체를 겪은 적이 없는 도시다. 도시 규모도 성장 흐름에 따라 시가지가 확대되며 커졌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철강산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고 포항 경제도 가라앉았다.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은 엎친 데 덮친 격의 재난으로 포항 시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이번 포항의 도시재생 사업은 어려운 시기에 이뤄지는 사업으로 침체된 도시 분위기와 시민들의 의욕을 되살리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포항시는 도시재생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민들의 여론을 청취하고 적극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업 지역별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구성돼 있지만, 전체 포항 시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소통 창구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미 그려져 있는 사업의 큰 그림을 밑바탕으로 하되 참신한 제안이 있으면 사업에 녹여내도 될 것이다. 포항의 도시재생이 지역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팀 정신'으로 이뤄질 때 포항의 재도약을 위한 의욕도 도시 전체에 흘러넘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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