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K-2 소음에 소송 부담까지, 특별법 왜 미루나

군 항공기 소음 피해 지역 주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전투기 소음 피해도 피해이지만 번거로운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절차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어서다. 현 규정상 피해 보상 시효가 과거 3년까지로 제한되면서 전국적으로 3년마다 소송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작 소송에서 이겨도 적지 않은 보상금이 변호사 수수료로 빠져나가면서 정작 피해 주민들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소송 절차 없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대구 K-2 전투기소음피해보상 비상대책위원회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어 여론에 호소하는 것도 주민 고충이 얼마나 큰지를 말해준다.

최근 3년간 공군이 지출한 K-2 소음 피해 배상금 규모는 모두 3천793억원이다.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이 피해 보상에 쓰였다. 하지만 실제 피해 주민에게 돌아간 배상금은 1인당 180만원에 그쳤다. 소송 참여 주민 수가 많은 탓도 있으나 각종 부대 비용을 빼면 주민 몫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로선 소송을 통한 배상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2010년 소음 피해 청구 소송이 본격화한 이후 지금까지 2차, 3차 소송이 계속 이어졌다. 변호사 선임과 위임장 제출 등 같은 소송을 3년마다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을 맡은 법률사무소들이 7년간 3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가져갔다. 일부 변호사들이 배상금 지연이자를 독차지하거나 수수료를 부풀리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 됐다.

피해 주민들은 “규정과 기준에 맞으면 소송 없이 직접 보상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법무부·공군 등에 진정서를 냈지만 여태 별 진척이 없다. 군 항공기 소음 피해 소송은 국가 책임과 배상 기준이 명확해 서류만 제대로 갖추면 대부분 화해권고 결정이 난다. 소송 없이도 피해 배상 절차 진행에 무리가 없다는 소리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와 국회가 계속 나 몰라라 할 때가 아니다. 사회적 비용 등 부작용을 계속 키울 게 아니라 시급히 타당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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