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막이 열리고 공연이 시작되면, 그 때부터 객석의 불이 켜질 때까지는 잠시 일상을 떠난 시간이라고 생각해왔다.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하고, 퇴근길 교통난을 감내하며 극장을 찾아가는 것은 평소의 생활에서 가질 수 없는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가 구하는 무엇일까. 힘든 하루하루를 사느라 거칠고 건조해진 감성을 촉촉하게 감싸주는 깊은 감동이 아닐까.

하지만 상황은 마음먹은 대로 진행되지 않아, 감동은 커녕 공연을 다 보기도 전에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무심코 어긴 작은 예의 때문이다. 다중 이용시설 중에서도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특히 지켜야 할 예의가 몇가지 있다. 먼저, 공연 중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녹음은 할 수 없다. 저작권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또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함부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안 된다. 휴대전화는 당연히 꺼야 하며, 옆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대체로 삼가야한다. 다른 이들의 관람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꽃은 물품보관소에 맡겨두며, 공연에 따른 관람연령 제한도 따라야 한다. 지각했을 경우에는 안내에 따라 입장해야 한다. 누군가 무신경하게 이를 어길 때,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모처럼 찾은 극장에서 실망과 피곤함마저 느끼게 된다.
영화관에서는 자유롭게 팝콘도 먹고 콜라도 마신다. 그러나 공연은 라이브이며 일회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영화와 다르다. 동일한 캐스팅이라도 출연자나 공연환경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지 않던가. 마치 생물과 같다. '사느냐, 죽느냐' 공연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 중에는 예술가들과 함께 관객이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해외 유수극장에서 활동해 온 지휘자나 연출자, 성악가들이 대구오페라하우스와 함께 할 때, 한목소리로 칭찬하는 부분은 사실 관객의 반응이다. 오페라 공연 중 주역 아리아를 앙코르 연주하게 할 만큼 객석의 반응이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경우가 어디 흔하던가. 오페라를 좋아하는 숙련된 관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며, 이는 곧 우리의 수준을 보여준다. 이렇게 공연을 잘 살려온 만큼, 조금만 더 배려하는 마음을 내서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감동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행복하게 거니는데, 난데없는 소음이 판을 깨는 것만큼 속상한 일이 또 있을까.
'매너는 사람을 만든다'(Manner makes a man). 킹스맨에 나오는 유명한 영화대사다. 공연 중 훌륭한 매너는 잊지 못할 '감동'을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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