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유일의 소형항공사인 '에어포항'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지난달 22일 베스트에어라인이 에어포항 지분의 85%를 동화전자㈜로부터 양수한다는 계약을 체결한 이후 에어포항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에어포항의 위기는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 5월 매각설이 돌았고, 당시 직원 급여가 일부 지급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한 임원은 회사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는 말을 전했으며 직원들의 4대 보험도 밀려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설립 초기 동화전자가 100억원을 투자했지만 1년 만에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추가 투자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더욱이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각각 20억원씩 출자하기로 약속했던 40억원도 현행법에 부딪히면서 제때 투입되지 못하다 보니, 에어포항의 경영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급기야 에어포항과 포항시가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지경까지 갔다. 지난 7월 취재 당시 에어포항 한 임원은 "포항시가 출자금을 주지 않고, 투자자를 모아준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으며 적자 보전은 대한항공에만 해줄 뿐 우리에겐 아무 지원도 하지 않는다"며 날을 세워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측은 "에어포항 경영진은 투자자가 당장이라도 나타날 것처럼 말만 하고 실제 투자 유치에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소형항공기 2대만 갖고 회사를 어떻게 정상화하고 수익을 낼 것인지 답답하다"며 "출자금도 에어포항이 단독 법인을 먼저 설립했기 때문에 현행법상 주지 못한 것이지, 주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받아쳤다.
에어포항은 '국내선만 띄우는 저가 항공사는 흑자를 낼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포항을 떠나 국제노선을 띄울 공항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면에는 포항시에 대한 강한 불만과 불신이 깔려 있었다. 이런 끝에 에어포항은 결국 경영권을 베스트에어라인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산 넘어 산'이라고, 현재 상황도 썩 좋지 않다.
계약만 진행됐을 뿐 보름이 지나도록 자금이 투입된 것이 없다 보니 재무상 어떤 문제가 발견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에어포항이 재무제표를 베스트에어라인에 넘겨준 시점도 지난달 말로, 계약일로부터 한참이 지난 시점이다.
베스트에어라인이 인수했다고 쳐도 전 경영진이 그랬던 것처럼 기업 이윤 논리로 거점을 포항에서 국제공항이 있는 타 지역으로 옮기려 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태다.
이런 질문에 베스트에어라인은 "포항을 떠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으며, 인수 절차도 마무리 단계다. 자금 투입은 재무 실사를 거친 이후 가능하다"는 대답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
전 경영진의 잘못된 회사 운영으로 에어포항에 현 사달이 났는지, 베스트에어라인의 인수 절차 자체가 문제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에어포항에서 벌어지는 모든 과정을 집중해서 감시해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에어포항이란 존재가 포항 발전의 염원을 담은 시민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설립도 운영도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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