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금꽃 향기로운 내 고향 땅은….'
가수 패티김이 부른 '능금꽃 피는 고향'은 가슴속에 스며 있던 대구의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대중의 사랑을 흠뻑 받으며 대구를 알리는데도 커다란 기여를 한 노래이다. 대구 사람들은 아예 '대구찬가'라는 별칭을 붙여 야구장에서 응원가로 열창하기도 했다. '능금꽃 피는 고향' 노랫말에는 대구 사과와 함께 팔공산과 금호강이 등장한다. 모두가 대구 동구를 떠올리는 이미지들이다. 노래비를 아양철교 인근 금호강변에는 세운 이유이다.
동구는 그렇게 대구의 상징이었다. 동구는 국제공항과 고속도로 나들목(IC) 그리고 복합환승센터가 있는 대구의 관문이다. 대구경북을 아우르는 영산인 팔공산이 드넓은 자락을 펼치고, 망우당공원과 동촌유원지를 보듬은 금호강이 낙동강을 향해 유장한 흐름을 이어가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다. 구(區) 단위로서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대구 동구는 지금도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곳으로, 산자락마다 강줄기마다 숱한 옛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봉무동의 이시아폴리스와 신서동의 혁신도시는 동구는 물론 대구의 경제를 견인할 명실상부한 자족도시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껏 기대를 모았다. 연탄 가루 날리던 안심연료단지에 들어설 안심뉴타운 또한 주택과 상업시설이 새로운 면모를 갖추면서 혁신도시와 함께 동구의 새로운 부도심으로 도약할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막상 금호강을 건너 안심지역으로 들어서면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혁신도시에 실망한 민심은 안심뉴타운에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들이다. "혁신도시가 수성구 집값만 더 올려줬지 뭐!" "안심뉴타운에도 초등학교가 없으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겠어?" "여기 50평 아파트를 팔아도 수성구에서는 30평대도 못 사…."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오랜 자괴감이 배어 있는 말들이다.
동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열악한 교육 환경이다. 이시아폴리스 쪽에는 중학교가 부족하고 혁신도시 주변에는 이름 있는 고등학교가 없다. 그래서 자녀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든지 위장전입을 해 통학을 시키려고 한다. 가족과 함께 대구로 이주한 공공기관 임직원들도 아예 수성구 시지에 집을 마련한다. 그러니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차량과 통학 차량이 뒤엉켜 짜증만 더한다.
혁신도시는 속빈 강정이다. 정주 여건이 낙제점 수준이다. 거주자들은 대부분 나홀로족이다. 월요일 오전에 내려와 숙소 주변을 맴돌다가 금요일 오후면 수도권으로 올라가기 바쁘다. 그러니 밤이면 유령도시처럼 썰렁하고 낮에도 적막감이 감돈다. 혁신도시는 대중교통의 외딴섬이다. 오죽하면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마을버스 운영에 직접 나섰을까.
특히 안심지역은 '찾아오는 동구'가 아닌 '떠나가는 동구'가 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사실 명문고의 유무가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고 지역 발전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주민들은 교육 환경의 격차가 낳은 불균형 발전의 피해를 언제까지 감수해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낸다. "그동안 동구청은 무엇을 했고, 대구시와 교육청은 한 게 무엇이냐"는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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