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국민이 걱정하는 정권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최근 신문에 나온 사진 두 장을 보며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생각했다. 하나는 미국을 방문한 박한기 합참의장에게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국방부 벽에 걸린 그림 '영원한 전우'에 대해 설명하는 사진이다. 이 그림은 6·25전쟁 최대 격전으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 장면을 담았다.

미 제1해병사단 1만5천 명은 1950년 11월 함남 장진군에서 중공군 7개 사단 12만 명에 포위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미 해병 4천500명이 전사하고 7천500명이 부상했다. 덕분에 군인과 민간인 20만 명이 중공군을 피해 피란하는 흥남철수작전이 가능했다. 장진호 전투는 한·미동맹의 근간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북한에 관한 한·미 간 의견 차이가 벌어지면서 양국의 70년 동맹 관계가 위험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핵을 폐기하려면 두 나라의 공조가 필수이지만 오히려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한·미 공조가 잘 안 될 땐 북한에만 이득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미 간 마찰이 빚어지고 우리 정부가 북한에 경도됐다는 인식을 북한이 갖게 되면서 리선권의 '냉면 목구멍' '배 나온 사람'과 같은 막말이 쏟아지는 게 아닐까 싶다.

다른 하나는 지난달 개통한 중국 강주아오 대교 사진이다. 총연장 55㎞에 이르는 세계 최장 해상다리 개통으로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연결하는 인구 6억 명, GDP 1조4천억달러의 거대 경제권이 탄생했다. 중국 경제 성장을 웅변하는 또 하나의 랜드마크를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한국을 배우려 중국이 안달하던 시절이 '있었다'. 철강, 조선, 반도체 등을 통해 단기간에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우리를 부러워하던 게 중국이었다. 그때 우리는 정부와 기업, 노동자가 하나가 돼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뭉쳤다. 빵의 크기를 키워 모두 잘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것이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이제는 빵 나눠 먹기에만 혈안인 나라로 전락했다.

정권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국민이 걱정하는 정권, 국민을 걱정하는 정권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을 이끄는 이들이 지금 정권은 어느 쪽인지 한 번쯤이라도 고민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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