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퇴사하겠습니다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상당히 재미있게 시청했던 모 방송사의 TV다큐멘터리가 있다. 타이틀은 '퇴사하겠습니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에 다녔지만 원치 않은 자리에 배치된 후 그만둘 결심을 하고 용감하게 실행에 옮긴 이나가키 에미코라는 일본인의 스토리를 뼈대로 한다. 모르긴해도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꽤 높게 나왔을 것같다. 흔한말로 제목이 섹시하기도 했지만, '워라밸'이니 '저녁이 있는 삶'이니하면서 그동안 당연시됐던 '월화수목금금금' 또는 장시간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저항감이 잔뜩 커져있는 시기이기도 해서이다. 최근 서점가에 퇴사를 내용으로 하는 신간서적이 쏟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교>, <나를 위한 선물 ○○>, <나는 매일 ○○를 결심한다> 등등. 물론 숨김글자는 모두 같은 단어이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퇴사'가 매력적인 소재로 떠오른 것은 역설적이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다시 그 일본작가의 경우로 돌아가면, 막상 퇴사를 결심하니 윗사람이나 동료들에게 잘 보여야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게 되었고, 점차 직장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오히려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해졌으며, 오랜기간 지겹게 해오던 일이 끝내는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필사즉생(必死則生)'에 빗대어도 어색하지 않은 결말이다. 물론 그는 직장을 떠났고, 스스로의 시간표대로 삶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행복에 가까워졌다고 한다. 작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나를 의존해 가는 곳이 아니다.'

최근들어 주변에서 직장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거나 그만두고싶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대부분 근원을 따져보면 인간관계의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직장이 일만 열심히 한다고 만사형통인 곳이 아니라는 것쯤은 상식이다. '사내정치'라는 말이 괜히 생겼을까. 어떤 통계를 보니, 사내정치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사람이 10명 중 7명이나 되었다. 전문가들은 상명하달 방식의 우리 조직문화에서 원인을 찾으며, 구성원간의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평적이고 소통하는 조직문화로 바꿔나가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가까운 동료가, 어쩌면 나 자신이 퇴사를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당장 갚아야할 신용카드대금이 발목을 잡아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나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좀 더 완성된 스스로를 만들고 그 다음 단계를 고려해보는 게 진정한 행복에 다가가는 일이 되지않을까 생각해본다. 누구든 언젠가는 퇴사를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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