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7세·푸들)는 4년 전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았지만 최근 수술받은 다리를 딛지 않아 내원하였다. 여러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 등을 받았지만 명확한 통증의 원인을 감별하기 어려웠다.
약물 처방에도 호전되지 않아 보호자와 상의하여 CT 검사를 결정했다. 동물의 경우 CT·MRI 검사는 호흡 마취 상태에서 촬영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CT 검사는 수의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 진행한다.
양측 다리의 CT 3D 영상 이미지를 비교하면서 우측 무릎관절이 연골 손상과 중증의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콩이는 통증의 원인을 제거하는 보정 수술을 받고 잘 회복되고 있다.

반려인은 반려동물이 아프면 신뢰감 있는 동물병원에서 최선의 치료를 받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혈액진단 장비, 심장 검진이 가능한 초음파, 디지털 엑스레이 등은 이미 동물병원의 기본으로 갖춰져 있고, 최근에는 첨단 CT·MRI 영상진단센터가 지역별로 공동 운영돼 반려동물 임상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노령동물의 증가, 종양 질환, 뇌혈관계 질환, 심장 질환, 퇴행성 관절 질환 등에서 CT·MRI 영상 정보는 질병 진단과 예후 판단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려동물 임상수의사도 내과, 외과, 영상학 등의 전문 학위를 수료하고 해당 임상 분야의 전문의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러한 반려인의 바람과 반려동물 임상의학의 변화로 반려동물 의료의 전문화와 첨단화가 확산돼 반려동물의 질병 치료와 수명 연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동물 의료의 전문화와 첨단화는 동물 의료비의 증가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동물의 CT·MRI 검사는 호흡 마취가 필요하다. 사람은 검사에 필요한 자세를 취해주면 촬영이 가능하지만 동물은 검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마취상태로 자세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마취 안정성 확인을 위한 혈액검사와 건강검진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동물의 CT·MRI 검사는 사람보다 훨씬 복잡하며, 첨단 영상 장비를 관리하는 전문 기술인력과 영상판독 전문의가 상주하면서 제 역할을 다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수의사는 반려인에게 최선과 차선의 치료와 최소한의 처방을 제시하며 보호자가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지만, 현실은 여러 이유로 아픈 동물을 방치하거나 버리는 과정을 지켜봐야 할 때도 있다. 동물 의료의 전문화와 첨단화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반려인의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반려동물 의학의 발전이 다수의 반려인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동물 의료보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정부 또한 이를 인식하고 보험사들이 동물 의료보험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도록 독려하고 있음은 다행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 마이크로칩을 이용한 동물등록을 의무화시키고, 동물 의료보험을 사회적 책임보험처럼 가입을 독려해주길 바란다. 해마다 적잖은 국비가 동물 구조와 유기동물 관리사업에 사용되지만 유기동물이 줄지 않는 것은 그만큼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반려인이 동물을 등록하고 동물 의료보험을 가입한다면 동물을 유기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정부가 반려동물 의료 산업을 지원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회적 취약계층과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가정에 동물 의료보험료를 대납하는 방식으로 반려동물 의료비를 간접 지원해주는 것이다. 선진화된 반려동물 의학의 발전이 동물의 건강 행복권을 지키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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