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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아름다운 어울림, 마블링 같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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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누군가가 말한 "40대는 시속 40Km, 50대는 50Km로 흘러간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새해 초 계획했던 일들은 일찌감치 내년으로 미뤘지만, 유종의 미라도 거두자는 마음으로 두 달도 남지 않은 이 시기를 동분서주하고 있다. 거기다가 연말이 다가오면서 소속된 단체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느라 몸과 마음은 더욱 바빠진다. 이처럼 모두가 12월 31일을 향해 달려가는 있다.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그러나 이러한 빠른 흐름 속에서도 자신의 속도와 방향을 갖고자 할 때가 있다. 그 때는 안타깝게도 아픈 순간이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하지만, 만성피로는 오래 전부터 몸 일부분이다. 운동의 필요성은 알지만, 마냥 자고 싶은 게 우리의 속사정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가 내민 치명적인 검사 결과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에게 물어본다. "나, 이대로 괜찮은걸까?". 어쩌면 우리는 자기 삶의 속도를 정할 수 있다는 주체성보다 주변 사람과 잘 지내고 적응해야 한다는 관계성에 더 치우쳐 지냈을 지도 모르겠다.

주체성과 관계성에 대해서, 최근 상영한 '호밀밭의 반항아'를 보며 생각한 적이 있다. 영화는 책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데이비드 셀린저'라는 작가의 삶을 전개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전쟁의 트라우마로 인해 일상의 어려움은 물론, 한 줄의 글조차 쓰기 힘든 상황에 이른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음의 평온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차단하기 시작한다. 지나치게 적막한 숲 속에서만 작품활동을 하고, 독자들과 만남 뿐만 아니라 아내나 자녀와도 정서적 거리를 두면서 말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은 전쟁이 만든 인간의 참혹한 고통으로 보이기도 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절실한 성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타인과의 관계성을 포기한 주인공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지 않아도, 어느 날 생명의 적신호가 오지 않아도 끊임없이 이러한 선택의 저울질을 하며 살고 있다. 오늘 하루 동안에도 자신이 원하는 삶과 타인이 요구하는 삶 사이를 오고 가면서 말이다. 그 때마다 나의 주체성을 어느 정도 내세워야 하고, 또 타인과의 관계성을 어느 정도로 수용할 지를 저울질 했을 것이다.

이러한 저울질에서 알아야 할 것은 주체성과 관계성은 하나의 수직선 위에 있는 반대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마블링을 예로 들어 비유하면 이러하다. 마블링은 현란한 여러 색깔이 물결의 흐름에 따라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결코 서로의 색깔이 섞이는 법이 없다. 이처럼 자신의 색을 지켜내는 주체성과 물결의 흐름에 맞추어 무늬를 만들어 내는 타인과의 관계성이 공존할 때 건강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

건강한 삶의 공존이란 두 가지의 색으로 하나의 색을 만드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각각의 색을 선명히 가지면서 만드는 어울림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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